[수석교사 이야기] 흥덕고등학교 수석교사 김영주

/ 클립아트 코리아

몇 년 전에 이어 지난해에도 '음악은 세계 공통어다II'라는 제목으로 본지에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첫 번 째는 외고 근무 시절 국제교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호주학생들과의 수업을 이끌며 느낀 이야기였고, 두 번째는 흥덕고에서 국제교류국인 인도 학생 대상의 수업을 하며 느낀 소회를 적은 내용이었다. 이번에는 그 세 번 째 이야기로 싱가포르 현지에서 그 곳 학생들과 함께 했던 잊지 못할 수업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올해 초 충북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중등프로젝트국외연수팀을 선발한다는 공문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에의 설렘을 안겨주었다. 평소 음악교육에 관심과 열정이 있는 후배교사들 3명과 팀을 꾸렸고 우리가 연구하기로 계획한 영국의 MEP프로그램(Music Electric Program음악선택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싱가포르를 방문하기로 의견을 모아 계획서를 제출하게 되었고, 얼마 후 선정 발표를 접하게 되었다.

선정 이후 가장 어려웠던 일이 방문 학교를 섭외하는 일이었는데, 8개 학교에 메일을 보내 겨우 한 개의 학교(메소디스트 여학교)를 섭외할 수 있었고, 가까스로 지인을 통해 섭외한 또 하나의 학교(추아추캉 중학교) 방문이 수락되어 두개의 학교 방문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하게 되었다.

방문 결정 이후에도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 여러 차례 메일이 오고갔었는데 추아추캉학교에서는 메일이 오가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한 시간 수업을 공개해달라는 제안을 했고 우리는 기꺼이 이를 수락했다. 서툰 영어에 고민이 되었지만 음악은 언어를 뛰어넘으므로.

방문을 위해 그 나라와 학교에 대한 여러 가지 공부를 하고, 질문거리를 만들고, 자료를 정리하는 등 해야 할 일들이 무척 많았지만 수업을 준비하는 일도 매우 큰 부담이었다. 한국의 음악수업을 어떻게 집약해서 보여 주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끝없이 이어졌다.

우리의 대표 민요 '아리랑'을 장구장단과 함께 가르쳐주기로 의견을 모았고, 부피가 커서 가져가기 어려운 장구 대신 소고를 여러 개 구입해서 수업에 활용한 후, 두 방문학교에 기념품으로 전달하기로 했다.

지난 7월초. 드디어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오르고 밤늦게 숙소에 도착해서 다음날 7시30분까지 추차추캉 학교에 방문해야했기에 거의 밤을 새며 수업을 준비하고 점검하였고, 다음 날 새벽 5시반쯤 숙소를 출발하여 약속된 추아추캉 학교에 도착했다. 매일 아침 실시되는 국기게양식을 겸한 실외조회시간과 친절한 학교 안내, 두 음악교사의 수업공개 후 우리의 '아리랑' 수업이 진행됐다.

한국어로 아리랑 가사를 읽고, 가사의 내용을 이해하고, 느낌을 말하고, 양국의 민요에 대해 이야기하고, 소고를 치며 한국의 장단을 배우고 노래하는 싱가포르 학생들의 모습은 진지했고 전 시간에는 경직된 듯 보이던 수업분위기도 제법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함께한 우리 팀 선생님들이 소고를 치는 활동을 도우며 시범을 보이기도 했고, 나는 앞에서 수업을 이끌었다. 팀원 선생님들과 협업을 하니 더욱 즐겁고 풍성한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낯 선 나라에서 현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툰 영어를 사용하여 우리의 '아리랑'을 가르치며 관심을 끌어내고 느낌을 나누어가며 수업목표를 이루어가던 과정이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마치 싱가포르의 그 교실에 있는 듯 생생하고 설렌다.

흥덕고등학교 수석교사 김영주

싱가포르를 함께 방문했던 선생님들도 그 어떤 연수 활동보다 우리의 수업을 공개했던 것이 가장 뿌듯한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음악 과목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늘 생각해온 대로 음악이 세계 공통어임을 또 한 번 증명하는 기회였고, 내겐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었다.

나의 교직생애 중에 처음 경험한 국외연수, 그 속에서 얻은 많은 경험과 느낌들, 특히 낯선 곳에서 우리의 음악을 가르친 이 소중한 경험이 앞으로의 교직생활을 더욱 풍성하고 알차게 만들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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