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도약 충북무예' 산업화 과제는] 9.국제기구·20년 인프라 활용 '도시 마케팅' 시동 걸때

지난해 9월 청주대학교 석우체육관에서 열린 '2016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개막십'에서 87개국 17개 종목 2천200명의 참가선수와 임원들이 관객들의 힘찬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중부매일 한인섭·박재광 기자] 충북이 보유하고 있는 3대 국제무예기구와 인류무형 유산으로 등재된 택견, 20여년간 이어진 충주무술축제와 세계무예마스터십은 전국 어떤 지자체와 견주어도 충
분한 차별성을 지니는 지역 자산이자 도시 경쟁력으로 꼽힌다.

스포츠·무예 분야 전문가들은 충북이 국제무예기구 본부를 확보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전국 어느 자치단체와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이라고 꼽는다.

충북은 지난 20여년간 국제기구와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세계무술연맹, 유네스코 산하기구인 국제무예센터를 확보하고 있다. 또 세계종합경기대회인 세계무예마스터십을 주관하는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까지 3대 국제무예기구를 설립했다.

중국과 일본, 대만이 자국의 무예에 국한한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동안 한국과 충북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을 확보한 것이다.

특히 충북이 보유하고 있는 3대 기구는 앞으로 스포츠·무예 중심의 컨벤션산업과 스포츠 경기 이벤트, 관광산업 등에 긍정적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무예대회 뿐만 아니라 청소년을 위한 무예교육, 인류무형유산으로서 세계전통무예 진흥 등 다양한 사업 추진을 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무예 이벤트를 개최할 경우 충북은 세계인들에게 '무예 성지·무예도시'로 각인 될 수 있다. 스위스 로잔이 스포츠와 올림픽 도시라면 충북은 무예와 마스터십 도시로 변모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한국과 우주베키스탄의 삼보 경기

세계 무예계는 충북과 한국의 노력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허건식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 기획조정팀장은 "올림픽이 서양 스포츠 중심으로 치러지고 있어 '스포츠 시장'에서 동양무예는 많은 부분이 위축됐고, 오랜 역사와 보존 노력에도 불구하고 식민지화 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세계무예를 하나로 묶는 데 큰 역할을 한 충북의 노력에 대해 세계무예계가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 팀장은 특히 "충북이 보유하고 있는 3대 국제무예기구는 앞으로 스포츠 무예 중심의 컨벤션산업과 스포츠 경기 이벤트, 관광산업 등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종합 무예대회와 무예교육, 인류무형유산으로서 세계전통무예 진흥 등을 위한 사업을 추진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충북도와 지자체들이 무예 진흥을 지속적인 과제로 설정해 추진하는 것도 과제로 대두됐다. 일부 광역지자체와 상당수 기초지자체들이 스포츠 도시로 발돋움하려는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민 공감과 고도의 마케팅 기법도 필요한 분야여서 '의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행사 개최가 어려워 사업비 조달을 위한 국비 신청과 문화체육관광부 유치 심사, 기획재정부 심사를 뚫는 것도 뛰어넘어야 할 과제로 작용한다.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게릴라 무예시연

2013년 개최된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2015년 경북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등 상당수 지자체들이 유치한 행사들은 중앙정부 국비지원을 통해 가능했다.

2017년에 이어 2019년 2회 대회 준비가 진행 중인 세계무예마스터십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제행사로 승인을 받았으나, 기획재정부 심의는 아직 마무리 단계를 남겨두고 있다.

세계무예마스터십은 경제성 확보 방안을 보완하면 재심의 통과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충북도와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는 국비 지원을 받아 2019년 8월 2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2회 대회는 태권도와 우슈, 가라테, 유도, 삼보, 주짓수 등 20개 종목 100개 국가 4천여명의 선수가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대회로 치러질 것으로 보여 기대감을 낳고 있다.

허건식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 기획조정팀장은 "지자체의 스포츠마케팅은 지역주민을 비롯한 스포츠 조직과 마케팅 조직, 클럽·팀, 선수단, 미디어, 팬, 관광객, 투자가 자원봉사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포괄적으로 어우러져야 역량을 발휘되고, 성과도 나타날 수 있다"며 "스포츠 경영 역량을 최적으로 조율해 낼 수 있을 때 스포츠가 해당 도시의 경제재건과 개발을 위한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적 논쟁보다 지역 자산 키우기 노력해야"

세계무예마스터십 행사 예산 심사는 충북도의회에서 매번 정당간 대결로 치달아 논란이 거듭됐다. 사진은 여·야 의원들이 대치하고 있는 장면.

-여·야 대립 반복된 '무예예산'

대규모 국제행사 개최는 경쟁구도의 '지역정치'를 뛰어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은 2016년 처음 개최됐으나,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았다. 대규모 국제 행사를 단체장의 '치적 사업'으로 보고, 일단 '칼질'을 해야 한다는 지역 정치권의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충북도와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는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행사 개최를 위해 2016년 당초예산에 46억원을 확보했으나, 참가국과 선수단 규모가 늘어 행정안전부에 특별교부세 30억원 지원을 요청했다. 행안부는 예산편성 절차 상의 이유로 우회적 방법으로 30억원을 지원했고, 충북도는 추가경정예산에 30억원을 편성해 심의를 요청했다.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그러나 2016년 7월 13일 3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당시 상황은 행사를 2개월 가량 남겨뒀던 시점이어서 '동네행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당시 "정책결정권자(이시종 지사)의 사심이 반영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형차를 사려다 대형차로 바꾸겠다고 나선 꼴"이라며 반대했다.

반면 충북도는 "51억원으로 대회를 개최하면 규모를 축소 할 수 밖에 없다"며 "80억원 규모의 예산은 아주 적은 예산으로 국제대회를 치르는 것"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결국 충북도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을 설득해 같은달 18일 승인을 받았다.

앞서 한국당 의원들은 2014년 12월 세계무예마스터십 준비단 사업비를 전액 삭감했다. 그러나 2015년 4월 통과된 제1회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되는 곡절을 겪었다. 특히 상임위에서 한차례 삭감됐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부활된 예산을 다시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의원들이 격론을 벌인 끝에 승인하는 등 처음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같은 상황은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야 갈등과 극한대치가 도의회라는 지방정치로 그대로 옮겨진 '전형'으로 간주되고 있다.

충북지사와 충주시장 등 관련 단체장과 도의회 정치구도에 따라 무술축제와 세계무예마스터십 행사를 놓고 갈등을 반복하는 일을 더이상 되풀이 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무예계의 한 인사는 "3천여명의 선수단이 방문하는 평창동계올림픽에는 수조원을 예산을 쏟아 붓고, 1천여명이 참여하는 아시안게임 프레대회에만해도 300억원의 예산을 들이지 않았냐"며 "70개국 2천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하는 규모의 행사를 80억원 안팎의 적은 예산으로 치른 것은 전례가 없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무예마스터십 위원회 관계자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택견이 지정된 것을 비롯해 국제 무예기구 설립 등 지난 20년여동안 진행한 노력에 대해서는 국내외 스포츠계와 무예계가 인정하는 데 충북에서는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소모적 논쟁·정치적 논쟁보다 지역의 자산으로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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