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일 국회에서 국토위 조정식 위원장을 만난 중부권 정책협의회 소속 시·도지사들이 건의문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춘희 세종시장, 이시종 충북지사, 조 위원장, 김관용 경북지사.2017.11.21. / 뉴시스

최근 문재인 정부가 강력한 복지정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54만 저소득층 가구에게 전·월세나 집수리 비용 등으로 쓰라고 월평균 11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연간 7천억 원에 달하는 국민세금이 투입된다. 문 대통령 임기인 5년만 계산해도 3조5천억 원이다. 하지만 내년 지방자치단체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은 4조나 삭감했다. 특히 충청권은 올 2조1천171억 원에서 내년엔 1조2천86억 원으로 감소한다. 감소 폭은 무려 42.4%다. SOC 예산은 도로, 철도 등 필수적인 사회기반시설을 짓는 데 투입된다. 이 때문에 SOC 예산이 줄어들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생활난을 겪는 서민들에게 복지예산을 쏟아 붓는 것은 좋지만 SOC예산을 대폭 삭감해 지방경제가 위축된다면 얘기는 다르다.

내년 전국 SOC 예산 정부안은 7조2450억 원으로 올해 예산 11조6811억 원에 비해 38% 줄어들었다. 70% 가까이 감소한 강원권은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사업이 마무리돼 감소사유가 충분하지만 대구·경북권(64.8%), 부산·울산·경남권(43%), 충청권(42.4%)은 '홀대론'이 나올 만큼 삭감 폭이 컸다. 반면 수도권(8.2%)과 호남권(29.2%)는 상대적으로 삭감 폭이 적었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핵심정책으로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수도권에 비해 지방 SOC예산 삭감율이 큰 것을 보면 진의가 의심될 정도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만들기를 국정 과제 1호로 추진해왔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청와대에 일자리상황판을 만드는 등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정부의 일자리 정책 성적표는 여전히 낙제점이다. 정부가 복지예산 마련을 위해 내년 SOC 예산을 역대 최대 폭으로 삭감한다면 고용시장엔 엄청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10억 원의 수요가 창출됐을 때 신규 고용인원은 건설업이 13.8명으로 제조업(8.6명)보다 많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선 대략 1만 명 정도의 일자리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방의 고용사정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정부가 복지예산을 대폭 늘린 것은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복지예산을 투입한다면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열악한 생활을 영위하는 취약계층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혈세를 '주거복지 로드맵', '문재인 케어'등 복지예산에 집중투입하고 그것도 모자라 30년간 300조원의 재정이 필요한 공무원 17만명 증원에 나선다면 지자체 SOC예산은 더욱 줄어들고 국가부채는 늘어날 것이다. 세계 2위의 산유국인 베네수엘라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물자부족 등으로 국민이 고통을 겪고 국가부도위기에 몰린 것은 무상복지의 비극 때문이다. 지방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SOC 예산을 충분히 편성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도 창출되고 지역경제도 탄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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