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컨텐츠진흥팀장

세계문화대회

언제나 삶은 고단하고 정처 없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긴 터널에 들어선 것처럼 불안과 공포로 가득하다. 기쁨과 행복이 왜 없을까 싶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또다시 고난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야 한다. 하여 나의 삶에 향기가 있을까, 이 땅에 평화와 행복은 오고 있는가 싶은 생각에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그럼에도 삶에 묘한 설렘이 있는 것은 우리는 이토록 불확실한 현실에 주저앉지 않고 불모의 땅에서 희망을 경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꿈을 일구고 희망의 싹을 틔우며 아름다운 성찬을 즐기는 그 날을 위해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세상에 완성이란 없다. 시련과 아픔이 있는 미완(未完)이 삶의 참모습이다. 그래서 삶은 끝없는 반성이며 성찰이다. 모든 가능성에 대한 도전이며 새로운 세상을 위한 인식의 확장이다. 하루 하루가 가슴 뛰는 새로움의 출발이다.

"성을 쌓는 자 망하고 길을 떠나는 자 흥하리라"는 유목민의 금언이 있다. 한 곳에 머무르면 나태하고 느슨한 법이다. 썩고 변질돼 본래의 가치를 찾을 수 없다. 자기를 지키기에 급급해 하지 말고 새로운 도전과 창조와 혁신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똘레랑스와 노마디즘이 주는 교훈이다.

똘레랑스는 관용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존중하자는 것이다. 노마디즘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드넓은 세상을 향해 큰 뜻을 펼치는 행위다. 독수리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천리를 달리는 말처럼 거침이 없어야 하며 어린 양처럼 유순해야 한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을 대하기는 춘풍처럼 관대해야 하고, 자신한테는 추상처럼 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감과 평화'는 2017세계문화대회의 주제였다. 지구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컬처디자이너와 공익활동가들이 모여 저마다의 방식으로 꿈을 펼치는 내용을 보여주고 이야기하며 서로의 가치를 나누는 자리였다. 지역의 시민들이 함께하면서 행사는 더욱 빛났는데 시민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았다.

청주에서 오랫동안 문화현장을 지켜 온 박종관 선생은 지역문화의 치명적인 단점이 경직성과 자만감인데 이번 행사는 청주시민들에게 열린 사고와 새로움의 확장을 심어주었다고 했다. 담배공장이 시민들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지, 이곳을 어떻게 가꾸고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려준 것이다.

충북민예총 김기현 이사장도 규격화에서 탈피해 자유와 재미를 안겨준 특별한 행사였음을, 충북예총 임승빈 회장은 시민들이 직접 주인공이 돼 참여할 수 있어 좋았는데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야 할 것이라며 아쉬움을, 충북연구원 김양식 박사는 지구촌이 함께하는 아주 특별한 행사에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유익했다며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문화해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균형발전지방분권 충북본부 이두영 집행위원장은 시민단체가 주도가 되는 공감과 평화의 목소리를, 충북시민재단 송재봉 센터장은 창의적인 문화환경을 만드는데 유익한 행사였음을, 충북문화재단 김경식 대표는 학생들에게 아주 특별한 경험이자 추억이며 담배공장의 무한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 행사니 지속적으로 개최하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컨텐츠진흥팀장

세계문화대회 정달호 집행위원장은 아름답고 열정 가득하고 인정 많은 도시와 시민들에게 감명 받았다며, 담배공장을 국보로 가꾸자고 했다. 하여 청주를 사랑하는 청주시민이 되기로 했다는 따뜻한 마음도 있었다.

공감과 평화는 먼 곳에 있지 않다. 경직되고 머뭇거리는 내 안의 나를 일깨우는 일부터 해야 한다. 새끼 거북이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카벙클'이라는 임시 치아로 두터운 알의 벽을 쪼아야 한다. 카벙클이 온통 부서지고 입에서 피가 나도록 내벽을 깨야만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다. 내 안의 잠자고 있는 생각의 벽을 허무는 일부터 해야 할 일이다. 가장 아름다운 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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