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톡] 충주 '예가종합건축사사무소'

박대용 충주 예가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인구의 도시 쏠림 현상으로 도시의 인구밀도가 높아지면서 공동주택은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주거형태로 자리잡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60% 이상이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공동주택이 많아지면서 층간소음 문제가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 아파트의 아래 윗집에 사는 이웃이 층간소음 문제로 다툼을 벌이다 살인을 저지르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건이 심심치 않게 뉴스에 등장한다.

이에 따라 층간소음을 저감시키기 위한 각종 방음자재 등이 잇따라 출시되고 층간소음 규제에 대한 법적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60대 건축가가 오랜 연구 끝에 층간소음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설계구조를 발명해 주목을 받고있다.

충주에 있는 (유)예가종합건축사사무소(대표 박대융 건축사·043-843-9481~2·yegaaa.modoo.at)는 층간소음을 해소하고 화재시 안전한 피난경로가 구비된 복층형 공동주택의 설계구조를 개발해 세계 최초로 특허를 획득했다.

박대융(61) 건축사가 층간소음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그가 충청북도건축사회 회장을 맡고 있던 지난 2008년 일본을 방문해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다다오를 만나면서 부터다.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적으로 경제가 잔뜩 위축돼 있었고 당연히 건축도 심한 불경기였다.

안도다다오를 만난 박 건축사는 "건축에 희망이 있습니까"라고 물었고 그로부터 "건축에 희망이 없다"는 뜻밖의 답변을 들었다.

안도다다오는 "사람들이 이웃과 도시, 자연, 역사를 생각하지 않고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건축을 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나무를 한그루 심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박 건축사는 안도다다오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고 그 때부터 '이웃을 생각하는 건축'을 설계의 모토로 삼았다.

나 혼자만이 아닌 내가 속한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이후 자연스레 층간소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공동주택에서 화재로 인해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도 노력했다.

그동안 층간소음을 막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있었지만 기존 아파트 건설사들과 정부가 제시하는 층간소음 저감방법은 구조체 위에 완충제를 설치하는 방법과 바닥두께 보강을 통한 방법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는 층간소음의 주요 원인인 구조체를 통해 전달되는 소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이 아닌 1차원적인 방법에 불과했다.

특히 우리나라 아파트는 대부분 홀에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배치하고 홀 중심으로 양쪽에 각각 한세대 혹은 두세대를 배치하는 홀형아파트여서 화재 발생시 큰 인명피해가 발생 할 수 있는 구조다.

박 건축사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층간소음과 화재로 인한 대형 인명피해 두가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설계구조를 발명하게 됐다.

세계 최초로 층간소음을 저감하고 화재시 수직·수평으로 피난경로를 구비한 새로운 복층형 공동주택을 설계구조를 개발해 지난 2014년 8월 20일 특허를 출원했고 지난해 11월 12일 특허등록했다.

복층형 공동주택인 이 설계의 특징은 층간소음의 주된 발생 공간인 거실과 현관을 상부층에 배치하고 하부층에 침실을 배치해 층간소음의 주요 원인인 상부세대 거실소음이 하부세대의 침실에 직접 전달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림① 층간소음 해소 설계도

하부세대 입장에서도 심야에 침실에서 취침 시, 상부세대의 소음이 전달돼도 하부세대 거실이 완충공간 역할을 해 소음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는다.(그림① 참고)

층간소음을 설계구조 개선을 통해 근원적으로 막기 때문에 층간 슬래브의 두께도 현행 210㎜에서 150㎜로 줄일 수 있다는 게 박 건축사의 설명이다.

그는 "슬래브 두께를 줄일 경우, 2015년 우리나라 공동주택 허가물량을 기준으로 할 때 콘크리트 물량과 거푸집 설치 및 타설비에서 4천300억 원 정도를 줄일수 있다"고 주장했다.박 건축사가 개발한 복층형 공동주택 설계구조는 침실층에 피난발코니를 만들어 수직하향식 탈출구(그림② 참고)를 통해 화재시 하부층 세대의 복도로 피난할 수 있다.

그림② 화재시 피난경로가 구비된 복층형 공동주택 설계구조

수평과 수직으로 피난이 용이하다 보니 화재시 신속한 대피로 대형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어 소방 관계자들로부터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박 건축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고층에서 취약해질 수 있는 내진성능을 보완, 층간소음이 저감되고 내진성능이 향상된 복층형 공동주택의 설계구조를 추가로 개발해 지난 8월 특허 출원했다.

공동주택의 구조가 철근콘크리트 라멘구조일 경우, 보와 세대간 경계벽 사이를 기밀하게 시공해 측면 이웃세대 간의 소음을 저감시키고 경계벽에 전달되는 진동소음을 저감시키기 위한 시공법도 발명해 지난 10월 추가로 특허출원했다.

이 시공법은 구조체에서 전달되는 진동소음과 비내력벽 이음부를 통한 공기전달음을 저감시키는 방법으로 이번에 개량된 두 특허는 현재 비공개 상태다.

박 건축사가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하는데는 건축학도인 아들인 지용(28) 씨의 뒷받침이 큰 도움이 됐다.

충남대 건축학과에 다니는 지용 씨는 군을 제대하고 복학 전에 2∼3년 간 헌신적으로 아버지의 일을 도와줬으며 아버지와 공동으로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했다.

그는 특허등록을 위해 세계 공동주택 층간소음 문제와 국내 층간소음 특허 등을 조사했고 우리나라의 건축특허 전문사무소를 찾아 일을 추진했다.

지용씨는 졸업작품과 논문도 층간소음과 관련된 주제로 발표했으며 앞으로 아버지를 도와 국제특허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 건축사는 지난해 말 충주시 대소원면에 499세대의 아파트를 설계, 충주시의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이 가운데 80세대 정도는 시범적으로 자신이 개발한 복층형아파트로 설계했고 내년 초에 착공할 예정이다.

박 건축사는 한동안 아파트 설계를 많이 했지만 거의 획일적인 설계라는 점 때문에 흥미를 잃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파트 설계시, 도시와 소통되고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공간을 구성하면서 아파트 만큼, 창의적인 설계도 없다는 생각을 갖게됐다.

그가 추구해 온 '이웃을 생각하는 건축'이 스스로를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박대융 건축사는 "종래의 사업성 위주 설계방법을 탈피하고 새로 개발한 복층형 설계구조를 보급해 층간소음을 획기적으로 저감시키고 화재시 안전하게 피난할 수 있는 쾌적하고 건강한 공동주택을 공급하는데 목적이 있다"며 "앞으로 국제특허를 획득해서 전세계의 공동주택이 안고있는 본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 공동주택 설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