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클립아트 코리아

최근에 세종문화회관에서 가곡과 아리아로 즐기는 음악회를 다녀왔다. 이번 음악회는 서울시합창단과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테너, 베이스 등 4명의 성악가가 함께하여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초겨울 밤을 보내며 부드러운 목소리 덕분에 이번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것 같다. 첫 무대는 이호준 작곡의 '어라운드 더 월드' <꽃노래>로 세계 각국의 민요를 엮어 만들었다. 그 중에 우리 가곡 저 구름 흘러가는 곳과 산들바람을 합창단이 노래하여 흥이 절로 났다. 합창은 참 신비로운 것으로 제각기 다른 목소리로 노래하여 하나의 화음을 이룰 때 가장 아름답다.

이어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죠반니> 중 '부인 이 목록을 좀 보세요'를 베이스 장철유가 노래했다. 이 오페라는 에스파냐의 호색 귀족 탕아에다 무신론자인 돈 조반니(돈 후안)를 주인공으로 한 것으로 그는 사랑의 편력을 하던 중 돈나 안나에게 추근거리다가 그녀의 아버지 기사장(騎士長)의 질책을 받고 결투 끝에 그를 찔러 죽인다. 이 곡은 모차라트의 오페라 중 가장 예술적인 가치가 높은 작품이라고 평가받는다.

이탈리아 위대한 작곡가인 주세페 베르디는 첫 번째 오페라 '산 보니파초의 백작'과 두 번째 오페라 '하루 만의 임금님'이 엄청난 실패를 맛보아야 했다. 거기에 아내와 두 아이가 잇달아 죽는 비극까지 겪자 베르디는 다시는 작곡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런 베르디가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으로 대 성공을 거두어 유명해졌다.

마지막 곡으로 <라 트라비아타>를 노래했다. 이 곡이 베르디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유는 오페라 중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곡은 화려한 볼거리로 눈을 사로잡는 작품으로 1막이 열리자마자 파티 장면이 펼쳐지고, 그 유명한 '축배의 노래'가 김민수 테너 및 김태희 소프라노 주인공과 합창단의 노래로 들려준다. 대학을 다닐 때 기숙사에 기거하며 도서관으로 이동하다 보면 대학극장이 있어서 가끔씩 머리도 식힐 겸 들어가 보면, 예술대학 학생들이 돈죠반니,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고도를 기다리며 등을 연습하여 본적이 있다. 그때는 필자의 전공과 거리가 멀고 취업 때문에 깊숙이 감상을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좀 아쉽기도 하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초겨울 밤, 가곡과 아리아를 서울시합창단과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테너, 베이스 등 성악가들의 노래로 감상하니 가슴이 따뜻해진다. 음악이나 예술을 가까이하면 지치고 힘들 때 큰 힘이 된다. 초겨울의 유명한 오페라를 합창과 아리아로 듣노라면 생기를 되찾을 수 있고, 베르디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의 웅대함은 어려움을 이겨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밤하늘은 먼 마을에 덮여 있고, 마당은 달빛에 젖어 있다. 소슬한 초겨울 바람과 둥그런 보름달이 비치는 밤이면 자식생각에 잠 못 드는 고향의 노모(老母)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시골집 뒤뜰 새로 만든 김칫독에는 김치 익는 소리가 나고 겨울은 깊어가겠지. 우리 모두 아름다운 음악 들으면서 한해를 정리해보자. 그리고 가끔씩 그리운 부모님, 형제들도 생각하며 나눔과 배려, 봉사하는 마음으로 아름답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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