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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을 살다[문화세평] 이종수 청주 참도깨비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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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라고 아픈 사람을 오래 모시고 있는 사람이 말했다. 대소변을 받아내며 말하지 못하는 아픈 몸에 하루 세 끼 밥을 떠 먹이면서 지쳐있다. 아픈 사람도 돌보아야 하지만 어린 손자들도 돌보아야 하는 이중 삼중의 고뇌를 알기에 이제 단호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뉴스에서는 어느 정치가가 의료보험을 들먹이며 막 퍼주기만 하면 어쩌냐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다. 아픈 이도 돌보는 이도 설 자리가 없다. 우리가 "빨리 낫기를 바랍니다" 하거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고 외면해버린 것인데도 아픈 이들과 그들을 돌보느라 자신의 삶을 유예해 버린 사람들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나 마음에서 나오는 위로와 애도는 온데 간데 없이 건강한 사회만을 꿈꾼다. 질병과의 전쟁을 치르려 한다.

아픈 사람을 돌보는 사람은 아직도 머뭇거린다. 도저히 그러지는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으로 보내는 순간 아픈 사람이 어떻게 관리되고 내몰릴지 몇 번의 선택과 받아들임 속에서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옆에서 바라보며 어깨를 두드려줄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드라마인지 알기가 어렵다. 아니 알면서도 문병객의 자리에서 바라볼 뿐인지도 모르겠다.

아서 프랭크의 '아픈 몸을 살다'를 읽으면서 우리가 아픈 사람을 그렇게 대해 왔고 사회적인 시스템에서 격리해 왔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심장마비와 암을 견대내면서 아픈 사람이 왜 관계망이 끊어지면서 침묵할 수밖에 없는지, 우리가 그토록 명의를 찾아다니면 고치려고만 하고 아픔의 맨 얼굴과 목소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는지 알았다. 누구나 아플 수 있고 그 아픔이 치명적인 질병으로 바뀌더라도 자신의 탓이 아니고 아픈 몸을 살아야 하는 사람의 몫으로만 두어서는 안 된다는 말은 의학만이 있고 아픈 몸의 이야기가 사라지는 진공의 상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아픈 사람들이 날마다 맞이하는 희망과 공포, 통증에 대해 듣고 그것을 경험하고 배울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또한 자신의 결정을 죄인처럼 느낄 수밖에 없는 돌보는 가족들의 이야기도 충분히 보상받아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돌보는 사람조차 질병 경험의 다른 반쪽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심각한 질병은 삶의 모든 부분을 건드리고 아픈 사람을 수용하기 위해 지어놓은 병원과 의료 시설들은 저마다 건강한 사람들에게서 격리시켜 아픈 사람의 삶 안에 철저하게 가둬두려고 한다는 환상은 위험하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아픈 사람과 돌보는 사람의 몸과 마음이 함께 느껴졌다. 우리가 언제라도 아프지 않을 것처럼 죽지 않을 것처럼 건강해지려 하는 관계와 장치 속에서 미래의 고통과 상실을 외면하거나 피해가려는 오만이 들어있음을.

이종수 청주 참도깨비도서관

살아있는 사람들은 아픈 사람을 위로하면서도 비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픈 이야기는 듣기 싫으니 얼른 나으라고 하면서 귀를 막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의학의 식민지가 되어버려 자신의 아픔을 말할 수 없이 용하다는 병원과 약만을 찾으며 아픔에게도 스스로 긍정적이 될 것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픈 몸을 산다는 것은 또 하나의 삶을 얻고 시작할 수 있는 위험한 기회라는 말이 뜻깊은 성찰로 돌아온다. 아서 프랭크는 "하나님은 문을 닫으시면서 창문을 여신다."는 말과 함께 아픈 동안 닫힌 것은 작은 창문일 뿐이고 열린 것은 더 큰 문이었다고. 그분의 결정이 우리와 더불어 새로운 문을 여는 것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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