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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豫算)에서 읽는 정치[경제칼럼] 신용한 서원대 석좌교수·前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4회 국회(정기회) 제17차 본회의에서 2018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석 178인 중 찬성160인, 반대 15인, 기권 3인으로 가결 처리되고 있다. 2017.12.06. / 뉴시스

429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팽팽한 줄다리기도 극적인 타협점을 찾아 종착역에 도달했다. 각 정당과 이념 지형에 따라 '과도한 슈퍼증액예산'이니 나라 살림을 거덜 내는 '무책임한 복지확대 예산'이니 하는 비판과 공격에 맞서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복지예산 확대'라거나 '사람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위한 사회간접자본의 축소' 등의 방어 논리들이 지난 며칠간 국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이번 예산안 줄다리기에서 문제가 된 가장 큰 쟁점은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의 시한 명기 문제다. 우선 공무원 증원의 문제는 배가 산으로 가도 한참 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재 OECD 국가 평균대비 공무원 숫자의 많고 적음을 차치하더라도, 정부는 어떤 수요에 의해서 얼마만큼의 공무원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재원 소요는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지에 대해 명백한 추산 근거를 제시하고 국회의 승인을 받는 것이 순서일 터인데 마치 거래하듯이 여야가 중간 수준의 숫자로 절충한다는 것은 사리에 전혀 맞지 않는 일일 것이다. 그런 방식의 숫자 절충에는 뿌리 깊은 공무원에 대한 불신을 기초로 100만명 선으로 공무원을 묶어두어야 한다는 굳어진 인식하에 국민 눈치보기가 기저에 자리 잡고 있다. 국가직과 지방직 공무원 숫자 제한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필요한 수요가 있다면 얼마든지 당당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관철시킬 때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뒤집어서 숫자 절충이 된다는 뜻은 여야 모두 수요예측이나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이 허술하다는 반증일 수도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파급효과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물론 내년 시행을 앞두고 일부 사업장에서는 사전적으로 인원을 선발하지 않는다거나 선제적 구조조정을 한다는 말도 들리긴 하지만 그 충격이나 여파에 대해서는 지금은 시행전이라 체감 강도가 덜한 것이 사실이다.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은 30인 미만 사업장에 1인당 월 13만원까지, 내년도 3조원을 보조한다는 내용인데, 최저시급 1만원을 향하여 매년 16% 수준으로 인상되다 보면 지원금 액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고 자칫 잘못하여 "내가 열심히 노동을 하여 왜 타인의 임금을 보전해야 하는가?" 하는 불만이 팽배해지기 시작하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성격으로 엉뚱하게 변질될 우려도 있는 것이다. 즉, 최소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겠다는 근본 취지와 본질은 온데간데 없고 변질된 현상 논쟁만 남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실험적이거나 시범적 제도는 기한을 두는 것이 합리적일 것인데 이 제도는 기한을 두지 않았다.

이러한 논쟁을 보노라면, 예산안 통과를 위한 줄다리기가 매년 반복되는 관행쯤으로 치부되거나 단순한 정치적 입장 차이에 따른 파워게임의 승패 개념으로만 이해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즉, 과도한 재정확대 입장 또는 재정충격지수에 비추어 미세한 축소예산이라는 식의 눈에 드러난 대립 현상적 설명이 아니라, 각 진영별로 보다 근본적이고 기초적인 원칙과 철학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곁들여준다면, 국민들도 정쟁 유발의 구호적 개념에서 벗어나 개인과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관점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신용한 서원대 석좌교수·前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기초 위에 작은 정부(Small Government)를 지향하는 보수진영 관점에서의 예산안 접근과, 인위적인 사회 변혁의 가능성을 긍정하며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예산편성에 관여하는 진보진영의 출발선 차이를 제대로 설명해주면 납세자이자 수혜자인 국민들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도 명확해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예산! 그 어떤 선전(프로파간다)이나 구호가 아닌 국가 미래에 대한 본질적 측면에서 예산을 바라보면 대한민국의 미래 정치도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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