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박선미 동주초 수석교사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외벽의 '광화문글판'이 허형만 시인의 '겨울 들판을 거닐며'에서 발췌한 문안으로 교체돼있다. / 뉴시스

"너는 학창 시절 교과서에 나온 문학 작품 중 기억나는 것이 있니?"

누가 나에게 질문하면 참으로 난감하다. 12년의 학창 시절동안 많은 작품이 국어 책에 실려 있었는데 한 작품도 자신 있게 대답할 말이 없다. 교과서의 작품은 텍스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그 긴 시간 속에서 우수한 작품들이 교과서에 실려 있었는데 왜 기억이 나질 않을까? 교과서의 작품은 시험을 위한 하나의 지문으로 만 생각했던 때문이 아닐까?

2018학년도를 준비하는 교사들은 요즘 무척 바쁘다. 우리 아이들에게 시험의 지문으로서의 작품이 아닌 '온 작품'으로 아이들의 감성 깨우고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책 선정을 위하여 많은 책을 읽고 있다. 또한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하여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만들어서 동료교사들과 의견을 나누고 고민하며 책 이야기를 즐겁게 하고 있다.

2018학년도부터 3~4학년 국어과에 '한 학기 한 권 읽기' 특별단원이 신설되었다.

신설된 '독서 단원'은 2015개정 초등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까지 '매 학기 한권, 교과서 밖의 책을 수업 시간에 끝까지 읽고, 타인과 생각을 나눈 후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하여 신설한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시험을 위하여 있던 작품 속 텍스트 들이 오롯이 한 작품으로 아이들에게 다가 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좋은 취지의 '독서 단원'이 효과를 얻어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고 생각 나누고 표현할 기회를 제공하는 가장 큰 책무를 지닌 우리 교사들은 지금 행복과 두려움을 같이 느끼고 있다.

'좋은 책을 아이들과 교사가 함께 골라서 책에 푹 빠져서 한 학기를 보내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혹시 '독서 단원'에 대한 학습 책무성만 강조하다 보면 아이들이 책에 대한 거부감으로 더 책을 싫어하게 되지 않을까?'

이러한 고민들이 학교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요즘 교사들은 말하고 있다. 고민도 이러한 고민은 너무 즐거운 고민이라고.

우리나라의 40대 문해력이 선진국의 60대 수준이라는 결과를 보여주는 통계자료를 본적이 있다. 문해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라고들 얘기 한다.

미래 사회, 창의 융합형 인재의 역량은 언어 능력에 기반을 둔다고 하는데 언어 능력을 키우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독서'라고 생각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 독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독서 경험을 줄 수 있는 곳은 어디 일까? 필자는 가정 못지않게 학교도 중요한 경험을 줄 수 있는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2015개정 교육과정 국어과에 새롭게 신설된 '한 학기 한권 읽기' 특별단원이 그 시작이었으면 한다.

동주초 수석교사 박선미

필자가 있는 동주초등학교에서는 2015년부터 '온 작품 읽기'의 국어과 문학 재구성이 실시 되고 있다. 학년이 올라와 작년 학교생활 중에서 가장 즐거웠던 일을 물어 보면 아이들은 이구 동성으로 얘기 한다.

"괭이 부리말 아이들 작가를 만난것이요.", "온작품 읽기 시간요."

이 아이들에게 훗날 좋아하는 문학 작품을 꼽아보라고 하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괭이 부리말 아이들", "뒤 뜰에는 골칫거리가 산다", "마당을 나온 암탉" 등등 난감해 하지도 망설이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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