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정치종합
12월이 오면[열린세상] 장영주 국악원 상임고문·화가
/클립아트코리아

마침내 달력이 달랑 한 장 남는다. 송년회, 신년회로 더 분주해지고, 노래와 웃음소리, 크리스마스 캐롤이 밤낮으로 낭자하다. 그러나 내 가슴속에서는 날카로운 눈보라 소리와 비탄과 회한과 맹렬한 자성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무거운 가슴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다. 이럴 땐 어김없이 남한산성을 올라가고 녹녹치 않으면 송파나루의 삼전도 비라도 마주봐야 한다.

전란(戰亂)이란 말이 있다. 전(戰)은 국제적인 무력충돌이고 란(亂)은 국내적인 소요이다. 세계대전은 그야말로 세계의 나라들이 벌린 국제적인 전쟁이다. 그러니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은 6.25동란처럼 민족내의 소요일 뿐이라는 뜻이다. 선조들은 일본과 후금 즉 청나라를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같은 민족으로 본 것이다. 일본의 황실은 신라와 백제의 전통을 이은 도래인(渡來人)의 나라요, 청나라의 전신인 후금은 신라의 후손들인 김 씨가 다시 세운 나라로 본 것이다. '애신각라(愛新覺羅·아이신따로)'는 12명의 청나라 황제와 황족들만이 쓸 수 있는 성씨, 곧 패밀리 네임이다. 아니라는 주장도 있지만 '애신각라'란 신(新)을 사랑하고 라(羅)를 잊지 말자라는 뜻 아니겠는가? 여기에 애와 각자를 빼면 신라가 남는다. 신라를 사랑하고 신라를 잊지 말자는 뜻이 아닐 수 없다. '신라는 어머니의 나라이니 너무 거칠게 대하지 말라'는 누르하치의 유언이 정황에 맞는다.

무수한 장졸과 민초의 무참한 죽음과 10만 명이 넘는 포로를 만들어 낸 병자호란의 원인이 인조반정에 이은 조선 지배층의 무능과 무책임에 있지 않다면 어디에 있었단 말인가? 국토가 쑥대밭이 된 임진왜란이 끝난 뒤 38년 만에, 정묘호란의 굴욕을 겪고 불과 9년 전만의 일이다. 인조와 조정은 급변하는 명·청 교체기이 국제 정세에 신속히 대처할 방법을 강구하기는커녕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고 이런 나약과 비겁은 '란' 이후에도 계속된다. 인조는 청태종에게 세 번 큰절을 올리고 아홉 번씩 머리를 조아리는 '삼배구고두'의 치욕을 겪었지만 잘못된 판단은 이어진다. 맹렬한 청나라 군대를 앞에 두고도 풍악을 올리며 주지육림에 빠져 항복을 불러온 강화도 수비대장 '김경징'은 들끓는 비난 속에서도 자리를 보전했다. 오직 인조반정의 1등 공신인 '김류'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철저한 준비 없이 무능하기는 무장들도 마찬가지였다. 1637년 1월 2일의 '쌍령전투'는 임진왜란의 칠천량 전투, 6.25동란중의 현리전투와 함께 우리역사의 3대 패전으로 기록 될 만큼 어이없이 치욕의 전투였고, 일방적으로 당한 참담한 살육전이었다. 조정과 관이 이미 썩을 때로 썩었음에 민초들의 고통은 하늘도 무심 하리 만큼 처절함이 극에 달한다. 청과 몽골로 끌려갔다가 천신만고 끝에 고국으로 탈출한 조선의 포로들은 다시 청으로 끌려가 발뒤꿈치를 잘리는 혹형을 당했다. 송환되어 조선의 고향으로 되돌아온 아녀자들인 '환향녀(還鄕女)는 '화냥년'이 되어 마을과 가족들에게 조차 버림받고 대부분 자결을 택하게 된다. 나약하고도 비겁한 조선남자들이다.

조선의 식자들과 조정은 항복한 이후에도 청나라를 오랑캐라고 혐오하기만 하고 계속 주화파와 주전파로 갈리어 내분이 지속 된다. 극한적인 감정대립이 되었을 뿐, 위기의 원인을 찾아 철저히 반성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는 없었다. 이것이 근세조선이 동아시아 3국 중에 근대화가 가장 늦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그로 인하여 나라를 빼앗기고 허리는 두 동강이 나고 결국 적대적인 다른 나라가 되어 있다.

장영주 국악원 상임고문·화가

2002년 제 2차 연평 해전에 이르면 이제 남과 북은 다른 나라라는 것을 분명하게 가르는 것이니 12월이 어찌 무겁지 않겠는가? 지금에 이르러 수많은 탈북자들이 생기고 더 많은 동족들이 인권을 유린당한 채 외국을 유령처럼 떠돌고 있건만 북한 정권은 아랑곳 않고 동족을 겨눈 핵폭탄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진핑은 절대 마침내 권력을 구축하였고, 트럼프는 아시아를 조롱하며 미국의 실익을 보호하기 위하여서만 움직이고 있다. 아베 내각은 트럼프에 바짝 붙고 푸틴은 슬며시 북한에 손을 내밀고 있다. 아무도 우리를 대신 보호해 주지 않는다. 한민족은 원래 큰 활을 잘 쏘고 덕이 넘치는 슬기로운 대동이족(大東夷族)이다. 12월을 즐기되 빠지지 말고 위기를 지혜롭고 용맹하게 극복하자!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냉철하게 반성하고 단결하여 이겨내자! 되풀이 되는 역사의 족쇄를 끊어내고 승리의 유전자를 세세손손 이어지도록 하자!
 

중부매일  jb@jbnews.com

<저작권자 © 중부매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2월#열린세상#장영주#중부매일

중부매일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