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한인섭 편집국장

이승훈 전 청주시장과 부인 천혜숙씨 / 중부매일 DB

이승훈 전 청주시장 부인 천혜숙(서원대 석좌교수)씨가 청주시장 출마 채비를 본격화하는 모양이다. 지역정가에서는 그가 자유한국당 청주시장 경선에 도전하기위한 캠프 구성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설이 돌았다. 선거대행 시스템과 진용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1월 9일 대법원이 징역 8월형에 집행유예 2년(정치자금법 위반죄)을 선고한 결과에 따라 취해진 시장직 상실이 '억울하다'는 발로(發露)라 하겠다. 이 전 시장은 아마 자신을 대신한 부인이 출마해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직후 청주시청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천 교수가 아닌 '이승훈 부인'으로 알려진 게 (청주시장 출마에) 부담이지만, 개인적으로 보면 능력이 탁월하고 충분히 시장직을 수행할 자격이 있다"고 추켜 세웠다. 직위상실형이 선고될 경우 이 전시장 부인이 출마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던 터라 궁금했던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 이었다. 언론과 시민들을 향한 이승훈의 '더듬수' 였던 셈이다. 시청 안팎에서는 전날(11월 9일) 자연인이 된 그가 굳이 이임식을 한 것이나, 부인을 등장시킨 것 역시 '대리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라 여기는 시각이 많았다.

낙마한 단체장 부인을 선거전에 내 보낸 사례는 더러 있었다. 한창희 전 충주시장 역시 2006년 9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았다.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그는 부인 이영란씨를 통해 '명예회복'을 꾀했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선택은 말할 것도 없이 '지뢰'가 됐다. 그는 2011년 충주시장 출마를 위해 한나라당 복당과 공천을 신청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그의 부인 출마 전력을 '해당행위'로 판단했다. 그는 민정당 시절 당직자로 정계에 발을 들였다. 그러나 그가 발을 디밀 정치적 공간은 한뼘도 없었다. 한 전 시장은 현재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정치적 모색을 하고 있다.

한인섭 편집국장

한 전시장 얘기를 들어봤다. 그는 청주 얘기를 듣자 "웬만하면 참으라 하고 싶다. 권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아마 한 전 시장은 선거법위반 혐의로 1심에서 150만원형을 선고 받은 상황에서 치른 충주시장 선거에서 60.2%라는 높은 지지율을 얻었던 것에 홀렸을 게다. 함정에 빠질 수 있는 '허수'라는 점은 경계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 전 시장은 한마디 더했다. "청주같은 대도시에서 (부인 출마)곱게 봐주겠냐"는 충고도 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피선거권이 있다면 누구라도 공직선거에 출마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엄연히 정치자금법 위반죄가 인정된 마당에 '억울하다'는 소리와 함께 '부인 출마 카드'로 정치적 회생을 꾀하는 낯선 시도를 시민들은 어찌 볼까. 84만 시민과 3천여명의 공직자를 대표하는 대도시 시장직을 원치않는 시점에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게다. 이럴 때 '권력의 금단현상'과 '착시'가 나타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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