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국제공항 '청주공항'

청주공항 전경 /중부매일DB

[중부매일 이민우 기자] 청주공항을 중심으로 노선의 90% 이상을 국외 노선으로 구성할 방침인 에어로K는 지난 6월 국토부에 국제항공운송면허 발급을 신청했다. 애초 9월 면허 발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던 국토교통부는 이를 이달 말로 연기한 상태다. 이에 따라 충청권 4개 시·도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청주공항 모기지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K 국제항공운송면허 발급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서 승인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편집자

청주의 한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직장인 A씨(42)는 지난 3월 해외 출장 경험만 떠올리면 분통이 터진다. 평소와 다름없이 오송역에서 KTX를 타고 인천공항을 가던 중 선행 열차의 운행중단으로 2시간 가까이 열차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작 타야 할 비행기를 놓쳤고, 부랴부랴 다른 항공편을 섭외하느라 하루를 다 보냈다.

A씨는 "가뜩이나 출장이나 여행 갈 때마다 인천공항까지 가는 것도 번거로운데 사고까지 나니 언제까지 이러고 다녀야 하나 싶어 허탈하기 그지 없었다"고 말했다.

충청권 주민들, 인천공항 너무 멀다

지난 3월 11일 오송발 인천공항행 KTX열차가 영종대교에서 고장으로 멈춰서는 사고 발생해 1시간 40분 동안 열차 운행 지연됐다.

수도권 주민의 경우 이동 수단이 다양하나, 정착 충청권 주민들은 항공이용에 소외돼 있다. 특히 가격도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 이 경우처럼 열차사고가 발생하면 대체 수단이 없다. 충청권(대전, 세종, 청주, 천안)의 경우, 인천공항까지 차량으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운전하기에는 너무 체력소모가 많고, 버스라 해도 고속도로가 막힐 수 있는 불확실성이 커 불편한 상황이다. 교통운임 역시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며 무엇보다 가까운 청주공항을 놔두고 수도권까지 진입해야 하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충청권은 반경 30분 거리에 청주국제공항이 있지만, 국제노선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

실제 청주공항 반경 60km 이내(차로 1시간 거리) 800만명 안팎의 인구가 살아 전체 국내 인구의 15%를 차지하지만, 청주공항의 국제선 운항제공 편수는 1% 안팎에 불과, 인천과 김포, 김해 등 대도시 공항에 전체 국제노선의 96%가 몰려 있다.

이에 따라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지역 공항에 새로운 항공 노선을 창출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단순히 인천, 김포 등의 수도권 노선을 배분하라는 것이 아니라 LCC의 경쟁과 신규 노선 발굴, 2차 공항 활성화 등으로 그동안 지리적 불편함을 겪었던 충청권 시민들의 항공교통상의 편익도 개선돼야 한다.

열악한 항공 인프라, 미래도시 도약 '먼 나라 이야기'

실례로 대전시는 지난 3월 국제전시컨벤션센터 건립사업이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다.

지난 2012년 사업계획 수립 후 4년여 만에 본궤도에 오른 것이다. 이 사업은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대전 무역 전시관 부지에 총사업비 954억원을 들여 지상 2층, 지하 2층, 연면적 4만970㎡ 규모의 전시시설을 신축한다는 계획이다.

대전시는 그동안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사업의 일환으로 무역전시관을 매입, 기존 대전컨벤션센터와 연계해 전시와 컨벤션 인프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컨벤션센터 건립은 대전이 명실상부한 MICE 산업 요충지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지만, MICE산업은 대규모 인프라 네트워크가 받춰져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장치 산업이다.

실제 대전 충청지역의 대전MICE포털에는 시설(컨벤션, 호텔)과 운영(행사기획, 여행관광, 운송), 지원(문화레저, 서비스), 유니크 베뉴, 정책(자치단체, 대학, 협회) 등 5개 분과 총 64개 기관이 네트워크로 참여하고 있지만 현재 대전의 교통 인프라를 감안하면 MICE 산업 발전 정도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육상 교통 위주인 지금 상황에서는 어디까지나 국내용에 머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밖에 대전은 대덕연구단지를 보유한 국내 최대 과학연구단지이기도 하다.

국내외 대학, 학술연구기관과의 협력사업을 추진해 시너지를 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항까지 이동하는 거리만 3시간이 넘게 걸리는 현실에서 다양한 해외 네트워크 추진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충청권 4개 시·도, 에어로K 승인 촉구 성명

따라서 충청권 4개 시·도가 청주공항 모기지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K 국제항공운송면허 발급을 정부에 촉구했다.

충북·충남·대전·세종 지역 정관계 인사들은 지난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행정수도 관문 공항인 청주공항을 활성화하려면 모기지 항공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충청권과 호남 북부 경기 남부지역 주민, 특히 세종시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가까운 청주공항을 두고도 원거리에 있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이용하면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며 "청주공항 모기지 항공사 설립을 통한 노선 확대는 이 지역 항공 이용객 편익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충청권 항공 관련 20개 대학과 연계한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신행정수도 세종시 완성을 위한 관문공항으로의 위상 확립에도 도움이 된다"고 기대했다.

충청권 4개 시·도를 대표해 성명서를 읽은 이시종 충북지사는 "충청권 국회의원들과 시·도지사의 공동 성명은 청와대, 국무총리실, 국토교통부,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등에 전달할 계획"이라며 "청주공항 모기지 항공사의 면허 승인을 위한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성명 발표 기자회견에는 이 지사와 함께 오제세·변재일·박덕흠·김수민 국회의원(충북), 박범계·정용기 국회의원(대전), 대전·충남·세종 부지사와 부시장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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