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김병우 충북도교육감 / 중부매일 DB

요즘 김병우 충북교육감의 언론노출빈도가 확실히 늘었다. 제주수련원, 괴산 쌍곡휴양소 등 수련·복지시설의 업무용 객실(비공개 객실) 특혜사용 의혹으로 도의원의 거칠고 집요한 공격을 받고 그 와중에 충북과학고 주변 축사시설의 충북교육청 책임론을 놓고 곤혹을 치르고 있다. 학부모들로부터는 거센 압박을 받기도 했다. 당사자는 피곤하겠지만 선거를 앞두고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선출직에겐 결코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부고(訃告)기사만 아니라면 언론에 등장하는 것을 즐긴다. 더구나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의 뇌리에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교육감 하면 '김병우'라는 이름 석 자가 박혀있을지 모른다. 차기 교육감을 노리는 후보군(群)들에겐 썩 반가운 일이 아니다. 자기분야에서는 나름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대중들이 아는 것과는 다르다. 좌충우돌 하는 김 교육감이 결코 약자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그는 최근 몇 차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수련시설의 특혜사용 의혹과 학교 밖 축사시설 관련해서다. 그는 지난 1일 중·고교 교감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 수련시설 특혜사용 논란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소상하게 밝혔다. 그는 "업무공간은 돈 받는 시설이 아니다. 그래서 (사용료를)안냈다"며 "사과도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무려 20여분을 격정적으로 발언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 축사시설 때문에 학부모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신경이 날카로워진 모습을 보였다. 거듭된 학부모들의 항의에 "그럼 내가 축사 앞에서 드러누우란 말이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학부모 회장이 출입기자들에게 들려준 말이다.

김 교육감은 답답할 것이다. 교육감이 업무공간을 사용하면서 숙박료를 내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유권해석도 아직은 없다. 그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 축사문제도 교육감이 쉽게 해결할 만큼 간단치는 않다. 하지만 김 교육감의 대응자세엔 '초심'이 사라졌다. 수련원 특혜사용에 대해선 이미 교육청이 공식적으로 "공사를 명확히 구분하고 교육가족 정서를 고려해 사용료를 납부 하겠다"고 했다. 김 교육감이 이 말을 뒤집으려면 교감 모임 자리가 아닌 도민을 상대로 기자회견 자리에서 밝혔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중플레이가 된다. 학부모들에게 한 발언도 귀가 의심될 정도로 거칠다.

지방선거가 다가오지만 김 교육감에겐 자신감이 엿보인다. 최근엔 웬 만한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고 할 말 다한다는 인상을 준다. 전교조 출신 첫 교육감으로 지난 3년여간 가시방석 같은 자리에 적응하다보니 '맷집'이 생긴 것도 있지만 정치지형의 변화와 보수의 분열로 탄력을 받은 듯 보인다. 교육감 선거뿐 아니다. 촛불시위, 박근혜 탄핵, 대선을 거치면서 보수의 기반과 경쟁력이 현저히 약화됐다. 이 때문에 이시종 지사는 70대 나이에 3선 도전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정무직 참모 인선으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또 지방자치의 책임을 맡겠다는 많은 정치지망생들이 민주당 쪽에 대거 줄을 서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구도가 진보 쪽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8개월을 넘기고도 여전히 견고하다. 늘 70%p를 상회하고 있다. 높은 지지율은 정권에게 한없는 당당함을 심어준다. 개혁도 내 입맛에 맞게 할 수 있고 야당이 태클을 걸던 말 던 결격사유가 많은 인사의 임명도 얼마든지 강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 정권의 약점을 끄집어내 마치 부관참시(剖棺斬屍)하듯 난도질을 할 수도 있다. 보수층의 역풍에도 굳이 눈치 보거나 아랑곳 할 필요가 없다. 여론조사 결과가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내 갈등과 충돌로 지리멸렬한 보수정당들의 행보를 보면서 아마 청와대 젊은 핵심 참모들은 회심의 미소를 띠고 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빛의 속도로 지방에 파급되고 있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그래서 내년 지방선거는 뻔한 승부가 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보수의 회생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인지 진보진영 인사들의 발걸음에는 탄력이 붙었다. 얼마 전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을 향해 북한군 병사 '인격테러'발언으로 역풍에 휘말렸다가 사과까지 했던 정의당 비례대표 김종대 의원이 청주에 왔다. 다음 총선 때 청주 상당구 출마를 저울질한다고 한다. 누군가 그의 고향이 청주라는 것이 의외여서 출신학교를 물어보니 김 의원은 "여기는 왜 이러 저리 걸리는 것이 많냐"고 대답했다. 누군가와 일맥상통하지 않은가. 예전 독선과 불통의 보수정치인들이 떠오른다. 유권자들이 만만한 것이다. 권불 10년이라는 말도 옛말이다. 권력의 맛에 도취하면 민심은 언제든 등을 돌린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