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소상공인] 29. 청주서 가장 오래된 상패제작업체 '청주기점'

보은 법주사 쌍사자석등과 팔상전, 청주 용두사지 철당간 등 충청북도 국보 10점의 모습을 형상화한 기념패를 들고 이시학 대표와 허복조 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상패에 충청북도 국보의 가치를 담아 주니까 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상 받는 사람도 기분 좋지만, 상패 만드는 사람도 기분 좋아요. 도지사님, 시장님이 내가 만든 상패로 상을 주잖아요."(이시학 사장)

'시상식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 해를 마무리 짓는 12월, 각종 모임에 시상식이 이어지면서 상패·감사패·명패 등을 제작하는 '청주기점'(청주시 상당구 상당로 140)은 요즘 1년 중 가장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상패제작업체인 '청주기점'은 이시학(69)·허복조(66·여) 사장 부부가 42년째 운영하고 있다.

"12월이 평소보다 3배 정도 바빠요. 1월 중순까지는 바빠요. 11월엔 감사패가 많고, 12월엔 시상식과 퇴임식이 많아서 감사패와 공로패가 많이 나가고, 1월에는 새해 정기총회에 지자체 인사이동이 있으니까 명패가 많이 나가죠."(허복조)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2가 청주시청 정문 맞은편에 위치한 '청주기점' 전경. / 김용수

청주기점은 76년 청주 중앙극장 사거리에서 영업등록을 해 시작한 뒤 상당공원 인근으로 옮겼다가 2002년 지금의 자리인 청주시청 정문 맞은편에 정착했다. 지금은 이씨 부부와 직원 2명 등 4명이 손발을 맞추고 있다. 작업이 디지털화되면서 완성품의 신속성과 정확성은 높아지고 일손은 줄었다고 귀띔했다.

"80년대 후반에는 직원을 13명까지 두었어요. 호황이었지. 그 때만 해도 이장한테까지 감사패를 다 줬을 때니까…."(이시학)

요즘은 김영란법 시행 영향으로 일감이 다소 줄었다고 털어놓았다.

청주기점만의 차별화되는 점은 충청북도 국보를 기념패에 녹인 것. 보은 법주사 쌍사자석등과 팔상전, 청주의 용두사지 철당간 등 국보 13점 중 10점을 패에 담아 디자인등록 출원해 의장등록했다. 15년이나 됐다.

"충청북도에 국보가 13점이 있는데 그중 개인 소유 3점을 빼고 패에 담았어요. 상을 주더라도 충청북도의 국보를 담아서 주니까 더 의미가 좋지요."(이시학)

상패를 받는 사람의 얼굴을 부조로 형상화한 '흉상 기념패'도 인기라고 소개했다. / 김용수

상패를 받는 사람의 얼굴을 부조로 형상화한 '흉상 기념패'도 인기라고 소개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상패의 겉모습은 물론 속살도 달라졌다. 크리스탈과 주석이 인기라고 소개했다. 문구내용은 감성적으로 바뀌었고, 글씨체도 딱딱한 고딕체에서 벗어나 한석봉체, 명조체, 예체, 나눔체 등 부드러운 서체로 옮겨가는 추세란다.

"크기는 작아지고, 실용적이고, 세련된 것을 선호하는 추세에요. 비싸도 고급스러운 걸 찾아요."(이시학)

"상패의 디자인과 모양, 문구는 달라졌어도 감사하는 마음을 담는 건 변함없어요."(허복조)
허복조 사장은 교열담당이다. 교정부터 띄어쓰기, 맞춤법, 비문 등 토씨 하나까지 꼼꼼히 살피고 또 살핀다. 38년째다.

"상패의 문구도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상 받는 사람의 삶을 한 편의 시로 함축해서 쓰기도 하니까요. 절절한 감사패 문구를 읽다 보면 혼자 울기도 해요."(허복조)

42년간 각종 기념패와 상패 등을 제작해온 '청주기점'의 이시학·허복조 부부 대표가 컴퓨터모니터를 보면서 제작중인 상패의 디자인을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 / 김용수

그녀는 글을 즐겨 쓰는 문인(文人)이다. 2016년 '한국문인' 수필로 등단했다. 책도 두 권 썼다.

"시적인 감성표현을 쓸 때에는 대학 교수님들에게 맞는 문장인지 자문을 구하고, 맞춤법은 문학박사들에게 물어봐요. 맞춤법 검사기에도 돌려보고요."(허복조)

인생의 6할을 함께해온 '청주기점', 부부에겐 어떤 의미일까.

"충청도 사람들이 감정표현을 잘 못하는데 감사한 마음을 패에 담아서 마음을 전하는 역할을 우리가 하는 거니까 청주기점은 '정(情) 배달부'라고 생각해요."(허복조)

"청주기점은 '휘장업의 역사'에요. 청주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죠. 나처럼 이 일 오래한 사람은 전국에서도 몇 없어요."(이시학)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상패제작업체인 '청주기점'에서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다양한 상패와 감사패들. / 김용수

하지만 알고 보면 상패의 유래는 그리 유쾌하지 않다.

"월남전에 참전했던 사람들이 73년에 베트남에서 철수하면서 부대 마크, 메달만 사오는 사람이 있었고, 부대 소속 등을 넣어서 상패를 만들어온 사람들이 있었어요. 상패는 월남 참전 군인들에게 참전기념으로 기념패를 준 게 시작이에요."(이시학)

이 사장은 외부활동도 왕성하게 해와 20년 전 충북우슈협회 회장을 비롯해 JC 충북지구청년회의소특우회 제20대 회장(2005~2006년), 세광고 총동문회장(2012~2013년) 등을 맡았었다. 이씨 부부는 청주기점 바로 옆에서 찻집을 하는 첫째딸과, 사회복지사인 둘째딸, 45살에 낳아 이제 대학교 4학년인 늦둥이 아들을 두고 있다.

청주기점 이시학 대표 / 김용수

한 해를 찬찬히 돌아보면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게 되는 12월, 이시학·허복조 부부는 감사한 마음을 '평소에도', '틈틈이' 나누면 좋겠다고 바랬다. "고맙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의 한 마디가 인생의 든든한 동기부여가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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