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선배 충북도의회 의원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아동수당 선별지급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고소득 가정 10%를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에 따라 0~5세 자녀를 둔 모든 가정에 아동수당 10만원을 지원하는 예산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등은 '소득 상위 10%' 제외를 요구했고 여야 협상을 거쳐 반영됐다. 지급시점도 내년 7월에서 9월로 연기됐는데,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 때문이라고 한다.

첫 도입단계부터 절름발이 아동수당이 돼서 참으로 안타깝다. 아동수당이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되고, 보편적 복지 원칙을 무너뜨린 것도 유감이다. 아동수당은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고 모든 아동이 누려야 할 기본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OECD 35개국 중 아동수당이 없는 국가는 우리와 미국, 터키, 멕시코 뿐이다. 지급방식도 20여개 국가에서 모든 아동에게 지급하고 고소득층을 배제하는 곳은 일부다.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는 아동수당 지원 방식에는 문제가 많다. 먼저 보편적 사회수당으로서의 아동수당 의미가 퇴색됐고 국가와 사회가 아동 양육을 함께 책임진다는 기본 원칙도 훼손됐다. 또 혜택에서 제외된 사람들의 상실감과 반발이 사회적 갈등요인으로 증폭돼 결국 사회통합을 해칠 것이다.

정책 집행에도 많은 난제가 놓여 있다.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가리기 위해 매년 0~5세 아동 부모 253만여 명의 소득을 파악하고 부정수급도 감시해야 한다. 아동수당의 선별 지급을 위한 행정비용만도 연간 최대 9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아동수당을 받는 부모들도 소득과 재산을 증명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등 전반적으로 정책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야당은 고소득층 자녀에게까지 수당을 주는 것은 예산낭비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아동수당의 권리는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부여해야 한다. 고소득층은 소득능력에 따라 세금을 더 내도록 누진제를 강화하는 방식이 맞다.

장선배 충북도의원

더 나아가 아동수당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반 구축과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는 것이다. 현재의 출산율 1.03% 수준이 지속되면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인구 소멸이 가장 빠른 국가가 된다. 아동수당 10만원을 준다고 젊은 부부들이 당장 아이를 더 낳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동수당은 국가와 사회가 아동 양육을 함께 책임진다는 것을 젊은 세대들에게 인식시켜 줄 것이다. 더 나아가 마음 놓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려면 고용, 주택, 교육 등의 획기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한데, 아동수당은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는 단초가 될 것이다.

경제발전이 되지 않았던 시절, 나라도 가난했고 가계도 궁핍했다. 국가는 투자에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많은 가정에서는 소도 팔고, 땅도 팔아 자식 교육을 시켰다. 집안의 모든 재원을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그것이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양상은 많이 달라졌지만,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희망은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에 달려 있다. 이제는 국가의 투자 능력도 모자라지 않는다. 아동수당은 시행하기 전에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로잡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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