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대학교 때는 형님 집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형님은 딸 둘, 아들 하나로 그때는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아이들로 제게는 귀여운 조카였지만 친구들과 술 마시고 늦게 집에 들어가게 되면 일찍 잠자리에 들어 놀아주질 못했지요. 그러나 그때 형님이 기르던 '해니'라는, 이름을 왜 그렇게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조그만 개 한 마리가 있어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밥 한번 제대로 주어본 적이 없지만 한 식구인 줄 아는지 늦은 밤에 혼자 들어오는 저를 유독 이 개만 반겨주니 어찌 정을 붙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혼자 사는 사람이나 나이든 분들이 반려견을 키우고 자식보다 더 사랑하는 일을 저는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개가 그만 쥐약을 먹었는지 졸지에 죽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애지중지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죽어버린 개가 주는 충격은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후로는 개 기르는 일을 극구 말립니다. 기르기 싫어서가 아니라 정을 끊기가 어려워 기르기를 포기하는 것이지요.

2012년 미국에서 개를 위한 TV방송이 나왔다고 합니다. 방송 1년 만에 TV보는 소위 '시청견'이 100만을 돌파했다고 하니 제가 아무리 개 기르는 일을 꺼려해도 반려견은 우리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음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TV를 보는 개가 나왔어도 사람과 개의 보는 눈은 생물학적으로 차이가 크다고 합니다. 과학동아 333호(2013년 9월호)에 이에 대한 재미있는 기사가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사람의 눈은 '원추세포'가 60Hz라서 1초에 60번 프레임이 바뀌는 걸 구분하기에 TV는 초당 60번의 프레임이 바뀌게 되어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개는 '원추세포'가 80Hz라서 TV화면을 보면 마치 프레임 수가 적은 옛날 영화처럼 끊어져 보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두운 곳에서 흑백TV를 본다면 개도 끊기지 않는 화면을 보게 된답니다. 명암만 구분하는 '막대세포'는 사람은 60Hz, 개는 20Hz라서 그렇게 된다고 합니다.

개는 '흑백으로만 본다'는 말은 가장 흔하게 오해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는 '빨간 색'만 보질 못한다고 합니다. 사람의 망막에 있는 '원추세포'는 파란 색(파장 440nm(나노미터)), 빨간 색(파장 570nm)에 반응을 하나, 개의 '원추세포'는 보라 색(파장 429~435nm), 노란 색(파장 555nm)에 반응을 하게 되어 빨간 색과 노란 색이 섞인 주황색인 경우 개의 눈에는 노란 색만 보이게 된다고 합니다.

개의 시야는 사람보다 넓다고 합니다. 사람이 양쪽 눈을 사용하여 보는 시야는 180°인데 비하여 개의 시야는 240°에 이른다고 하네요. 그러나 입체감을 느끼는데 중요한 '두 눈 시야'는 사람이 140°인데 비하여 개는 60°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쪽 눈을 감고 손가락을 마주치면 손톱 끝을 맞추기 어렵듯이 두 눈 시야가 좁게 되면 될수록 입체감을 느끼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



또 원근문제도 있다고 합니다. 개는 사람처럼 수정체 두께조절을 못하여 가까이 보는데 한계가 있다는군요. 사람은 가까이 볼 수 있는 한계가 7cm인데 비하여 개는 30cm라고 합니다. 그래서 개가 귀엽다고 개 코앞에 얼굴을 대고 사랑스러운 눈길을 주어도 개는 희뿌연 얼굴만 본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이 초점 맞추는 능력으로 사람이 책을 읽고 쓰는 고등동물로 진화되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네요. 그러니까 공부 잘하는 사람도 이 초점 맞추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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