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기업(氣up)을 찾아서] 6 - (주)李家자연면

이가자연면 회사 전경

[중부매일 김정미기자] 충북 음성군 맹동산업단지에 위치한 ㈜李家자연면(대표 이범수)은 기름에 튀기지 않은 라면을 만드는 회사로 유명하다. '올바른 면식문화(麵食文化)'를 위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면과 소스를 개발하고 있다. 자연에 가까운 건강한 면을 만들기 위해 국산 통밀을 사용하는 것도 이 회사만의 특징이자 자부심이다.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과 FSSC22000(ISO22000)인증을 획득해 안전한 면 식품을 만들며 일·생활 균형 문화 만들기에도 앞장서고 있는 ㈜이가자연면을 찾았다.


식품업계 1세대의 특별한 '면사랑'

㈜李家자연면 이범수대표

이범수 대표는 국내 식품업계, 면류 분야 1세대다. 평생 국수 연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에 좋은 면'보다 '몸에 좋은 면'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는 창업을 통해 현실화됐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경기도 용인에서 주부사원 2명과 198㎡(60평) 규모의 사무실을 얻어 독자적인 면 사업을 시작했다. 충북 음성으로 이전한 것은 10여년 전인 2006년. 공장을 증축하고 제품 개발에 몰두하면서 창업 16년만에 91명의 종업원이 근무하는 중소기업으로 키웠다.

면에 대한 이범수 대표의 소신은 특별하다. 생산과정에서 사용되는 밀의 30%를 우리밀로 사용하고 있다. 연간 400톤에 달하는 규모다.

규모가 크지 않은 우리밀 시장에서 ㈜이가자연면이 우리밀 소비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범수 대표는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운동의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0㎏ 정도. 그 다음이 밀(1인당 30~35㎏ 소비)인데 밀가루는 98%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밀 비중은 1~2%. 이 대표는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25%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쌀은 남아도는데 밀가루는 거의 수입을 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이라면 식량도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수입농산물 값이 폭등하면 그땐 대책이 없습니다. 우리밀을 살려야 하는 이유이고 우리밀 소비를 확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주)이가자연면의 제품들

이범수 대표는 겨우내 땅 속에서 자란 우리밀은 수입밀과 달리 농약을 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 입맛에 맞는 건강한 면제품은 우리밀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가자연면의 목표는 한해 1천톤의 우리밀을 소비하는 것이다. 5년 가까이 400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지만 다양한 면류 제품을 개발하며 여전히 희망을 키우고 있다.

"우리밀은 원재료 값이 수입밀보다 3배 이상 비쌉니다. 몸에 좋으니까 무조건 먹으라고 할 수도 없죠. 친환경, 맛, 가격 경쟁력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끊임없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식이섬유를 최대한 살린 통밀 브랜드와 기름에 튀기지 않은 라면은 ㈜이가자연면의 대표 기술로 꼽히고 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이가자연면은 중소기업청이 선정하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신바람 나는 직장 문화 만들기

(주)이가자연면은 일하기 좋은 작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복지시책을 펼치고 있다. (주)이가자연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파티팅을 외치고 있다. / 김정미

정직과 신용을 최우선 가치로 꼽는 ㈜이가자연면의 기업가 정신은 사내 분위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전체 91명의 종업원 가운데 여성 근로자는 50%인 45명. 여성친화적 기업은 곧 출근하고 싶은 기업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범수 대표는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신뢰가 고객들의 제품에 대한 신뢰와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일하기 좋은 기업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작업환경 때문이다. 반복되는 단순작업과 면을 제조하는 작업장의 덥고 습한 특성은 신입직원의 조기이탈로 이어졌고,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고용유지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을 위한 기업 컨설팅이 필요했다.

충북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의 충북고용혁신프로젝트 '출근이 기대되는 일터문화 조성사업, 행복기업(氣up) 프로젝트'는 ㈜이가자연면의 고민에 해법을 제시했다. 직원들의 욕구조사를 실시하고 신체활동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등 직원들을 위한 복지시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근로자 고충상담 및 심리상담 지원, 5년·10년·15년 장기근속자 포상 및 휴가, 육아기 근로자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 자동육아휴직제와 가족돌봄 휴직제, 배우자 출산휴가, 당월 생일자 파티 및 농협상품권 지급, 전체 직원 야유회와 체육행사 등은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졌다.

만족도는 높았다. ㈜이가자연면은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와 충청북도가 지정하는 우리지역 일하기 좋은기업으로 선정됐고, 충북노사정포럼이 인정하는 노사상생협약기업이기도 하다.

맹동산업단지 입주기업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범수 대표는 단지내 직장어린이집을 추진할 정도로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에 관심이 많다.

비록 어린이집은 허가를 받지 못했지만 여성근로자를 위한 출퇴근버스 운영, 기숙사 환경 개선 등 다양한 복지시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생활협동조합에서 이름을 알린 ㈜이가자연면은 최근 오픈마켓에 진출해 호응을 얻고 있다. 홈쇼핑에도 도전해 사세를 확장할 계획이다.

여름에는 직접 냉면 육수를 만들고 가을에는 가을무를 활용해 동치미를 직접 담글 만큼 ㈜이가자연면의 제품에 대한 열정은 까다롭고 또한 고집스럽다. 직원들도 소신을 가져야 하는 환경.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만 150종에 달한다.

삶아도 불지 않는 증숙면, 급식에 최적화된 면류 제품, 소상공인과 상생하기 위한 저렴한 도매가 산정, 식량주권과 국민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가 정신은 ㈜이가자연면의 성장을 견인하는 힘이다.

이범수 대표는 "거래처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며 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 이력서가 쌓이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