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영수 제천 행복교육지구 추진단장

29일 열린 충북도의회 360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중 김병우 충북교육감의 시정연설이 시작되자 자유한국당 이종욱의원(비례)이 현수막을 들어 시위를 하고 있다. 2017.11.29 / 뉴시스

스마트 폰의 혁명은 이제 옛말이 되어버렸고, 인공지능의 세상이 밀물처럼 몰려오고 있다. 그 변화가 참으로 경이롭다. 경쟁과 성적만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흐름이자, 사고의 혁명적 진화를 요구하는 인지혁명의 물결이다. 누구나 이 흐름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내 아이 네 아이 할 것 없이, 하나를 가지고 백이나 천을 그려내는 '생각지도(thinking map)'가 그것이 아니겠는가. 학교는 바로 인지혁명의 세상을 바로 보고 맞이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의무이고, 아이들은 그러한 교육환경을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이 2014년부터 시작한 '행복씨앗학교'와 올 해 시작한 '행복교육지구정책'은 미래사회에 부응할 수 있는 교육의 흐름이다. 학교를 혁신하는 교육도 세계적인 대세로 자리 잡혀 있다. 이러한 교육흐름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디딤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교육위원회는 12월 5일에,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2월 7일에 충북 도교육청 교육비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 중에서 '인지혁명세상의 흐름'과 관련되는 교육예산 27억 1236만원을 삭감시켜 본회의로 넘겼다. 삭감된 예산의 규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예산을 삭감한 영역이 '세상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 권리의 한 주체인 나는 도의회가 대체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어떤 교육의 '눈'으로 응시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의회는 여전히 18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제1차 산업혁명의 인식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21세기 인지혁명의 세상은 '주체적 참여형, 혁신적 창의형, 화학적 융합형, 다층적 공감형'의 인재들을 요구하고 있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곳곳에 이러한 네 가지 유형의 이정표들을 세워가고 있는데, 도의원들은 세상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과거의 생각에 머물러 있거나, '권력의 자만'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내 '권리'를 위임받았다는 근거만으로 교육을 비뚤어지게 바라보아도 된다는 대의제도의 한계가 내 자신을 자괴감의 수렁으로 이끈다. 나는 지금 이 순간 슬픔으로 가득하다. 내 권리가 비뚤어지게 악용되는 있는 현실이 슬프고, 내 권리를 권력으로부터 돌려받을 수 없는 대의제도가 슬프다. 도의회는 도민들의 권리를 우습게 여기지 말라. 권리는 늘 슬픔을 이겨내면서 새로운 세상의 물결을 만들어 왔는데, 도민들도 그러한 세상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 자신의 권리가 허투루 사용되는 것을 누가 원하겠는가.

김영수 제천 행복교육지구 추진단장

도의회는 도민이나 아이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나서야 한다. 지금부터는 세상의 흐름에 맞추어 성적과 대학의 순위 경쟁 속에서 지치고 무력해지는 아이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도의회도 무기력한 아이들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아이들이 세상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도록 교육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른들의 책무이자 아이들이 누려야 할 권리이다. 도의회가 도민과 아이들의 권리를 올바르게 실현하고자 한다면, '세상의 흐름'에 부응하는 예산을 부활시키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또한 교육으로 미래를 그려보는 백년지대계의 가치가 충북교육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헌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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