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숲해설가

멸종위기종 퉁사리 / 뉴시스

겨울바람이 참 매섭습니다. 도심의 가로수들은 가지를 들어내고 눈을 맞고 서 있습니다. 추운 겨울 시기는 생존에도 힘든 기간입니다. 하지만 사람도 자연의 생물들도 오랜 시간 동안 쌓은 방법으로 지혜롭게 겨울을 보냅니다. 이렇게 대대로 내려오는 생존의 지혜에도 가장 위협받는 순간은 바로 서식지의 파괴입니다. 서식지는 국어사전에서 동물이 살아가는 보금자리를 만들어 사는 장소를 말합니다. 보금자리는 먹이, 생존생활, 번식 등 생명이 살아가는 바탕이 되는 곳입니다. 쉽게 우리에겐 집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생물학에선 서식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생물체와 생물체 군집이 사는 곳으로 서식장소는 가장 근접적이며 직접적인 모든 생활조건을 제공하는 장소입니다. 서식장소의 구성요소에는 비생물적 요인과 생물적 요인으로 나누어지는데 비생물적 요인은 흔히 환경이라고 말하는 빛, 흙, 물, 바람 등의 자연의 기본적인 배경을 말합니다. 생물적 요인은 먹이, 천적, 번식, 공생, 기생 등 다른 생명들과의 관계를 뜻합니다. 우리에겐 집, 전기, 옷, 공기, 날씨 등이 비생물적 요인이고 쌀, 고기, 가족, 거래처 사장, 선생님 등이 생물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생물적 요인과 생물적 요인이 함께 건강하게 이루어질 때 모든 생명들은 살아갈 수 있습니다.

대부분 생물의 서식지 파괴는 인간에 의해서 이루어집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생명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서식지를 활용하지만 공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배려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인간은 자신들의 서식지를 위해 많은 생명들이 생존을 위협하며 살아갑니다. 왜 이렇게 살게 되었을까요?

첫 번째는 다른 생명에 대한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생명에 대한 관계와 이해가 없기 때문에 지금 일어나는 인간의 개발은 죄의식이 없게 됩니다. 그래서 인간 외에 다른 생명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것도 다른 생명들과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자신의 반려동물들이 생명이 있다고 느끼는 것처럼 우리 주위에 사는 모든 생물들도 생명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두 번째는 경제적인 이득입니다. 모든 것이 효율적이고 경제적이어야 효과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이 효과는 모두 인간 중심적인 이득입니다. 마을 지키던 수백 년 된 정자목도 길을 비켜 만드는 것보다 베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선택으로 많이 사라졌습니다. 하천 역시 집을 짓기 위해 점점 하천과 가까워지고 수혜 시에 하천을 정비하는 것으로 생명의 서식지가 아닌 인공적인 하수도 역할이라는 경제적인 잣대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다른 생명이 사라지는 것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큰 손해입니다. 다른 생명들이 점점 사라지면서 우리에겐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자기중심적인 생각입니다. 다른 생명을 담지 못하는 것은 다른 사람도 담지 못합니다. 다른 생명과의 정서적인 교감이 없다는 것은 자신을 위주로 우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복불복적인 생각은 언제나 주위를 메마르게 합니다. 다른 생명들의 감정을 함께 느낄 때 존중하고 공존할 수 있습니다.

박현수 숲해설가

충북에는 다양한 멸종위기종의 생명들이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 서식지에 대한 의존이 높은 생명들이 이런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미호천에는 미호종개가 대표적인 예이긴 하지만 보은과 옥천으로 흐르는 보청천에도 퉁사리라는 멸종위기야생동물식물Ⅰ급 물고기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이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금강 상류인 보청천도 축사로 인해 수질이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하천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아 자연적인 하천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고향의 강이라는 말도 안 되는 정비로 하천이 파헤쳐질지 모릅니다. 미호천의 미호종개도 기존의 서식지가 다 파괴되어 인간의 손으로 인공 증식되어 겨우 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우리의 보금자리에 대한 많은 정책이 나오는 것처럼 다른 생명들의 서식지도 보호할 수 있는 길이 생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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