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진기자가 14일 오전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 B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서 스타트업관으로 이동중, 중국측 경호관계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 당해 쓰러져 있다. 2017.12.14./ 뉴시스

[중부매일 김성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일정을 취재중인 한국 기자들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은 14일 오전 10시50분쯤 베이징 국가회의중심 B홀에서 열린 ‘한·중 경제, 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장에서 연설과 타징 행사를 마치고 식장 뒤편에 있는 한국 기업부스를 돌아봤다.

사건은 오전 10시56분쯤 문 대통령이 맞은편 한·중 스타트업 부스가 있는 홀 쪽으로 이동하는 도중 벌어졌다. 문 대통령을 취재하는 한국 기자들을 중국 경호원들이 갑자기 제지, 문 대통령과 경호원들만 개막식장을 빠져나갔다.

이에 한국 취재기자들이 취재를 해야 한다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중국 경호원들이 한 기자의 멱살을 잡아 뒤로 넘어뜨렸고, 이 장면을 기자들이 촬영하려고 하자 중국 경호원들이 달려들어 카메라를 빼앗아 던지려고 하는 등 이 과정에서 양측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후 오전 11시쯤 기자들은 문 대통령이 있는 홀 쪽으로 이동했지만 입구에서 또 다른 중국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았고, 기자들은 취재 허가증인 ‘비표’를 보여주면서 항의했으나 중국 경호원 10여명은 또 다른 사진기자를 복도로 끌고 나가 주먹과 발로 집단 구타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춘추관 관계자들과 한국 기자들이 중국 경호원들을 뜯어말렸지만 소용 없었고, 춘추관 모 국장이 “우리 경호 어디 갔습니까”, “한국 경호 와주세요” 3~4번 큰 소리로 외쳤지만 메아리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춘추관 국장도 중국 경호원들에게 뒷덜미가 잡혀 넘어졌다.

특히 한 중국 경호원은 바닥에 엎어져 있는 한국 기자의 얼굴을 마구 발로 찼는 등 이 기자는 오른쪽 눈이 심하게 부어오르고 코피를 흘리는 중상을 입었다.

행사장 외부가 시끄럽자 문 대통령은 스타트업 홀에서 당초 시간보다 2~3분 늦은 오전 11시9분쯤 나왔고, 상황이 종료된 후 한국 경호원들은 뒤늦게 찾아와 “일단 진상을 파악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도 뒤늦게 상황을 보고받고 현장으로 달려와 폭행당한 기자들이 대통령 의료진에게 치료받도록 조치한 뒤 더 이상의 취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듯 최소 인원만 남기고 철수토록 했다.

폭행당한 기자들은 오후 1시3분쯤 조어대(釣魚台) 병원으로 이송돼 1차 치료를 받았고, 1차 치료를 담당한 청와대 의무대장은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할 정도”라는 진단 결과를 내놨다.

이 과정에서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등 청와대 관계자와 외교부 관계자들도 뒤늦게 현장으로 와 상황을 파악했고, 해당 중국 경호원들은 베이징 공안요원인지 민간 업체 소속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우리 측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불상사가 발생한 데 대해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정부는 중국 정부에 즉각 유감의 뜻을 전하고 사건 진상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줄 것을 강력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기간 전대미문의 기자 폭행 사건이 벌어지자 소식을 접한 한국 기자사회에서는 “미개한 국가”, “반드시 중국 정부의 사과와 상응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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