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당 태종은 '집계정삼변'이라는 시에서 이난삼구(二難三懼)를 말한다. 이난은 뭇사람들의 분노와 전권(專權)을 휘두르려는 욕심은 이루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품고 가는 포용력이 없으면 무리의 분노를 부르고, 혼자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욕심을 거두어야 화합이 생긴다는 것이다. 삼구는 밝은 임금이 나라를 다스림에 응당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세 가지 일을 일컫는다. 첫째는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그 허물을 못 들을까 염려하고, 둘째는 뜻을 얻고 나서 교만해질까 걱정하며, 셋째는 천하의 지극한 도리를 듣고도 능히 행하지 못할까 근심한다. 지위가 높아지면 아래에서 듣기 좋은 소리만 하고 잘못은 눈감는다. 겸손하게 시작해도 자리가 그를 교만하게 만든다. 나중에는 옳은 말을 들어도 하고 싶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면 본격적인 위기가 시작된다. 두 가지 어려움과 세 가지 두려움, 당 태종은 이 마음을 간직하고 실천함으로써 후대에 '정관지치'를 이끌었고, 역대 중국 최고의 명군으로 역사에 길이 남게 됐다.

"윗자리에 있어도 교만하지 않으면 지위가 높아져도 위태롭지 아니하며, 도리어 타인의 존경을 받게 된다"는 소학(小學)의 가르침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도 마찬가지다. 교만하지 않고 겸손해야 할 당위성이다.

고(故) 신해철씨는 생전에 자신이 최고의 스타임에도 난생처음 보는 무명의 밴드에게 '선배님'이란 존칭을 사용하여 예의를 다했다고 한다. 훌륭한 인격과 겸손한 인품을 갖춘 인격자였던 것이다. 기입 입인(己立 立人)이다. 내가 서고자 하면 먼저 남을 세워 주어야 한다. 내가 먼저 남을 존중하면 결국 다른 사람도 나를 존경한다. 자신을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반대로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진다. 하지만 늘 거만하고 타인을 무시하며 겸손하지 않은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필자가 외부 강의를 나가보면 간혹 말이 짧거나 하대하는 기관장을 보게 된다. 그럴 때면 기분이 불쾌할뿐더러 그 사람의 인격이나 인품이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목이 빳빳하고 오만하면 못 쓴다. 나이 들어서도 존경을 받으려면 20살 이하의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람에게는 존댓말이나 존칭을 사용하자. 인품과 격이 달라 보인다. '장자-열어구'에도 보인다. "명을 한 번 받더니 등뼈가 꼿꼿해지고, 명을 두 번 받고는 수레 위에서 춤추며, 명을 세 번 받자 숙부의 이름을 함부로 부른다. 후세의 신분이 높다 하여 교만한 자 또한 이를 벗어나지 못한다." 세상 이치는 변한 게 없다. 조금만 잘 나가면 앞뒤 가리지 못하고 날뛰는 인간들의 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權不十年 花無十日紅) 이라 했다. 제 아무리 대단한 권력도 십 년을 유지하기 어렵고, 그 아무리 붉고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기 어렵다. 영원할 것만 같던 권력이나 아름다움도 흥함이 있으면 이내 쇠하게 마련이다. 항상 남들이 나보단 조금은 더 훌륭하며 낫다고 생각하여 겸손하면 실수가 없는 뿐더러 존경을 받는 법이다. 이제부터 나를 위해서라도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존중하는 겸손의 태도를 몸에 익히고 일상에서 실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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