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브래드 퍼만 作,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http://movie.daum.net

40대 변호사인 '미키 힐러'는 허세가 가득한 인물이다. 대통령 의전차량으로 사용되는 고급 승용차 링컨 컨티넨털을 타고 다니며 '사회악(惡)'이나 '공공의 적'들을 전문적으로 변호한다. 그에게 일을 맡기려면 돈이 꽤 많이 들지만 고객이 어떤 죄를 지었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죄 또는 법이 허용하는 한 가장 가벼운 형량을 받아내는 재주 많은 '거리의 변호사'다. 그의 차량 번호판에는 아예 'NTGUILTY'(무죄)라고 씌어있다. 브래드 퍼맨가 감독한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는 미국식 사법 체계의 허점을 파헤친 영화다. 난 6년 전 관람한 그 영화를 통해 변호사업계의 생존경쟁이 치열하다는 점과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위험한 곡예를 하고 있는 미국 변호사 사회의 실상을 보았다.

영화 같은 현실은 우리나라도 있었다. 판사출신 최유정 변호사가 구치소에서 면회도중 의뢰인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랙 대표에게 구타를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정운호 게이트'의 시작이다. 세인들을 더 놀라게 한 것은 변호사 수임료였다. 그가 정 대표와 송창수 전 이숨투자자문 대표 사건을 맡아 받은 수임료의 총액이 100억 원에 달해 '수임료의 여왕' 이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추락했다. '집사변호사'의 몰락이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이후 우리나라도 변호사들이 급증했다. 전체 변호사 숫자는 현재 2만 명에 달한다. 고급 전문직이라는 인식은 옛날이야기가 됐다. 도시근로자 최저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고 인턴변호사로 일하거나 열정 페이를 강요당하기도 한다. 심지어 임금과 퇴직금 체불까지 당하는 변호사도 있다고 한다. 하긴 월 5만원의 변호사협회비도 3개월 이상 못낸 변호사가 서울에만 1천300명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 영역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 그동안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자동으로 부여받던 세무사 자격이 최근 박탈됐다. 이어 불과 일주일도 안 돼 대법원은 부동산 중개 시장에 뛰어든 변호사의 활동이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공모 변호사는 2015년 12월부터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회사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트러스트 부동산'이라는 이름으로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그는 일반 공인중개사보다 저렴한 최대 99만원을 받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고객에겐 좋지만 부동산중개인들에겐 재앙이다. 공모 변호사는 법정에서 "중개는 무료로 하고 법률 자문에 대한 보수만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거래 당사자에게서 받은 보수는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일부는 중개 행위 대가로 받은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1995년2월11일자 모(某) 신문 1면에는 "정부가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변호사의 업무 영역을 늘려 세무사, 변리사, 법무사, 관세사, 노무사 등이 독점적으로 하고 있는 업무를 허용키로 하고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하지만 22년이 지난 지금 세상이 달라졌다. 업무 영역이 점점 축소되고 있는 변호사들에겐 이번 겨울이 유독 추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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