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이야기]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10여 년 전 북유럽에 출장을 갔었습니다.

핀란드에서 스웨덴으로 가는 쇄빙선(碎氷船 : 얼음을 깨뜨리며 가는 배)을 타고 밤새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그 배에는 면세점이 있었는데 가보고선 의아했습니다. 면세점에 있는 면세품의 반 이상이 각종 술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왜 술을 이렇게 많이 갖다 놓고 팔까"하는 생각을 하였는데 이튿날 아침,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고 더 놀랐습니다. 모두들 예외 없이 자기가 가져갈 수 있는 양만큼 술을 사가지고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더 굴뚝같이 가졌었지요.

의문은 그날,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반주로 맥주를 시키면서 그 비싼 가격에 놀라 약간 풀리고, 나중에 그곳 사람들의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북유럽의 겨울은 6개월이나 지속되는데다 밤의 길이가 워낙 길어 술을 많이 먹게 된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국민들의 과도한 음주를 막기 위하여 술에 고율의 세금을 붙이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쇄빙선의 면세점에서 술을 많이 사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도 12월의 겨울밤은 깁니다. 긴긴 겨울밤, 술도 많이 마시게 되지만 야식을 찾게 됩니다. 어렸을 때는 골목길에서 들려오는 찹쌀떡과 메밀묵을 파는 외침소리를 듣고 밖에 나가 사먹었던 추억이 생생합니다. 요새는 각종 인스턴트 식품이 집에 있고, 또 배달이 쉽게 되어 찹쌀떡 파는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야식의 유혹은 여전합니다.

그러나 이 야식은 현대인 누구나 겪고 있는 비만의 치명적 원인입니다. 남보다 뚱뚱한 몸매를 갖고 있는 저로서도 밤이면 야식의 유혹과 싸우게 됩니다. 어떻게 비만걱정 하지 않는 '착한 야식'이 없을까요?

학자들이 야식을 정의한 걸 보면, 오후 8시 이후 1일 총 섭취열량의 25~50% 음식물을 섭취하는 행위라고 한다는데요. 25~50%라고 한 것은 사람마다 섭취하는 열량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찌되었든 하루 섭취열량의 25%이상을 먹게 되면 야식이라 한다는 거죠.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의 알버트 스툰커드 교수는 야식증후군을 첫째, 아침에 식욕이 없고, 둘째, 저녁 식사 후 새벽까지 하루 섭취량의 50%이상을 먹고, 셋째,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증상으로 내렸다는 것입니다.

야식을 하게 되는 이유 중 스트레스도 한 몫을 한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정신은 말짱하면서도 지방을 축적하게 하는 혈청 코티솔이 분비된다고 하는데 바로 이 혈청 코티솔이 잠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과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트를 줄여놓아 잠은 오지 않으면서 무언가 먹고 싶어 하도록 만든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우리나라 야식을 들자면 아마 라면, 치킨, 피자가 아닌가 싶어요.

야식을 완전히 끊을 수 없다면 가능한 한 '착한 야식'이 되도록 좀 머리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

라면은 한 개가 약 500kcal라니 반개정도로 만족하시고, 치킨도 100g당 299kcal로 한 마리 평균이 약 2,000kcal에 이르니 적어도 이틀에 걸쳐 온 식구가 나누어 드셔야겠습니다. 피자도 보통 라지 사이즈 한조각이 450kcal라서 한끼분량으로 두조각은 드시지 말아야 좋겠지요. 참으실 수 있겠습니까?

눈앞의 즐거움이냐 아니면 먹은 뒤 후회냐?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매일 밤, 이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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