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충주시의회 / 중부매일 DB

지방의회는 지방자치의 핵심적인 기능을 갖고있는 기관으로 '지방자치의 꽃'으로도 일컬어진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과 정책, 사업,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 의결하며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조례제정권을 가진 입법기관이기도 하다. 행정기관이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감사권을 갖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이처럼 지방의회가 막강한 권한을 지니는 만큼, 당연히 그에 걸맞는 책임과 의무도 뒤따른다.

지방의회의 격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지방의원들의 자질과 능력이다. 하지만 현재 지방의원들 사이에서 불거지고 있는 각종 일탈행위를 볼 때 과연 지방의원들의 자질이나 능력이 지방의회의 막강한 기능과 역할에 걸맞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충주시의회의 경우, 시의원들이 수시로 각종 사건·사고의 중심에 서고 있다. 최근 선·후배 시의원 2명이 개인적인 감정 등으로 인해 진흙탕싸움을 벌여 비난을 샀다. 특히 의원의 부인까지 가세, 의회를 찾아와 욕설과 막말을 하는 등 전국적인 망신살을 샀다. 앞서 한 의원은 특정업체에 관급공사를 몰아주고 업체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또 다른 의원은 시청 여직원을 성희롱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는 등 시의원들의 일탈행위는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들다.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시의원들에게 본연의 임무인 의정활동 역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소신에 따른 판단보다는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눈치를 보며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일이 다반사다. 지역의 발전도, 자신들을 뽑아준 시민들의 편의도 정당의 논리보다는 뒷전이다. 마치 패거리정치꾼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 때문에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가 모두에게 공감을 얻고 있지만 정치권의 논리에 따라 이같은 여론은 번번이 무시되고 있다. 시의원들의 일탈이 이어지면서 그들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과 불신도 도를 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은 "현직 시의원을 모두 물갈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예 시의회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시의회에 대한 불신 때문에 지역의 유능한 인재들은 시의회 진출을 꺼리고 있다. 시의원이 되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창피로 여기는 사람도 많다. 물론, 시의원선거 출마 채비를 갖추는 사람들은 있지만 매번 선거 때마다 단골로 입에 오르내리는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일부에서는 유능한 인재들을 지방의회로 진출시키기 위해 의정활동비를 대폭 인상해 격을 높이자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하지만 "시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현재 지급하는 의정활동비조차 너무 과분하고 아깝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물론, 일부 일탈행위를 저지른 의원들로 인해 지방의회 전체가 치부되는 점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우리 눈에 보여지고 있는 지방의회의 모습은 분명 정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부끄러운 지방의회의 민낯이다. 지방의회가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원들 스스로의 자구노력이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을 선택한 시민들의 배신감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 경우, 정치무관심자가 늘어나고 시민들은 지방행정에 방관자적 입장으로 돌아서게 된다. 근본적으로 지방자치에 최악의 상황이 초래되는 것이다. 시민들도 이제는 선거권만 행사하는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그들에 대한 감시자로서의 의무에도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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