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교수

2017년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 / 중부매일 DB

보답을 바라지 않고 베푸는 것이어야 진정으로 남을 돕는 것이라고 했던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베푸는 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조차 어려운, 그렇지만 다른 이의 도움이 없으면 삶을 영위하는 것조차 힘든 이들이 우리 주변엔 있다. 경제 능력을 상실한 부모를 둔 어린 아이들이 그들이다. 11살 어린아이는 병든 아버지와 근로 능력이 없는 어머니와 함께 산다. 정부는 이들 가족에게 기초생활수급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 아이는 교육복지 지원대상자로 지정되어 원하는 피아노를 배울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하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나름대로 복지를 키워가고 있는 중이기는 하지만 부족한 부분의 일부를 비영리 복지재단이 후원을 받아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어떤 선한 이들은 더 어려운 이들을 찾아서 직접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수많은 후원자들이 있기에 그래도 우리가 사는 세상을 훈훈하게 느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올 겨울 유행한 롱패딩이 기부문화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될까봐 걱정이다. 어떤 선한 후원자가 11살 어린아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려 했고 요즘 유행하는 롱패딩은 어떠냐고 물었다. 어린 아이는 친구들에게 유행하는 패딩 브랜드를 확인하여 후원자에게 특정 브랜드 제품을 골라 전했다. 후원자는 이를 확인하며 정가 21만원에 이르는 것을 알고는 '날 후원자가 아닌 물주로 생각했다는 감정이 든다'는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고 후원을 철회했다. 이 글이 일파만파로 번져 나가며 인터넷에서 수많은 논쟁을 유발했다. 남을 돕는 일에 대한 인간의 심리적 현상을 분석하고 기술한 수많은 내용을 이곳으로 불러내고 싶지는 않다. 진정 남을 돕는다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자신이 어려움을 견디고 소비의 유혹을 뒤로하며 모아진 것으로 자신보다 어려운 이를 돕는다고 후원했더니 후원받은 이는 나보다 훨씬 더 좋은 점퍼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자신을 물주로 생각하고 있다고 여길 수 도 있겠다. 그러나 후원받는 이는 후원하는 이보다 그 외의 다른 여러 것들에서 훨씬 부족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는 기성세대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대한민국이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더 살기 좋은 선진국으로 전진해 가려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넘쳐나야 한다. 우리 사회는 국내 뿐 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대한 기부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외국의 기부 물품들을 받고 좋아했던 것처럼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아프리카의 배고픈 아이들은 우리의 도움으로 생명을 유지하기도 하고 글을 깨치는 교육을 받기도 한다. 전 세계 어린이를 위해 일하는 유엔기구인 유니세프의 '어려움에 처한 전 세계의 개발도상국 어린이를 위한 지원 및 구조를 위한 구호 정신'에 호응하는 한국의 후원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2012년에 832억 원이었던 후원금이 2016년에는 1337억 원에 이를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류연국 한국교통대교수

소외계층을 위한 기부문화가 확산되고는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5위로 하위권에 속하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부액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더군다나 고액기부자의 기부액은 상대적으로 더욱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부유층이나 사회 지도층의 기부에 대한 각성이 더욱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랑의 온도탑의 수은주가 오르지 않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기부금에 대한 사기 사건으로 기부의 민심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그래도 익명의 기부자가 아무런 표시도 없이 흰 봉투에 500만 원을 모금함에 집어넣고는 사라졌다는 뉴스가 오늘도 전해진다. 아마도 그 사람은 남을 돕는다는 기부행위 자체로 행복을 느끼고 기부할 수 있음에 감사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설령 사기꾼이 설친다 해도 기부를 멈춰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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