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 클립아트 코리아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주요 목적은 조직구성원 상호간의 협력관계를 촉진하는 데 있다. 이를 효율적으로 이루기 위해서 의사소통이 요구된다. 의사소통은 청자와 화자사이에 관계성과 내용을 갖게 된다. 무릇 대화란 그 대화의 내용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또한 내용이 무엇이든지 간에 어떤 것이든 그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과 서로 인간적 관계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의사소통에 있어서 내용전달이 바로 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의 내용과 아울러 의사소통하는 서로의 인간적 관계성이 우선시 된다. 이러한 의사소통의 관계성 일환으로 우리가 종종 사용하는 것이 동정(同情)과 공감(共感)이다.

그런데 자칫 우리는 동정과 공감을 혼동하여 사용할 때가 있다. 일례로 만약 고등학교 시절, 성적이 매우 좋은 친구가 있었다고 하자. 그 친구가 어느 날 시험을 본 뒤 울상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어떡해. 이번 시험 망했어." 나는 얼마나 망했는지 물어보았고, 친구는 전 과목에서 4문제를 틀렸다고 말했다. 하긴, 평소엔 1문제를 틀릴까 말까한 친구였는데 4문제나 틀렸으니 오답률이 300%나 증가한 것이다.

이 경우 어떤 친구가 "괜찮아, 그래도 4문제면 그렇게까지 많이 틀린 것은 아니잖아? 꽤 잘 본 편 아냐?" 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공감(共感)이 아니다. 이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평소 10문제 이상을 틀리곤 하는 사람이었다면, 자신의 입장에서 4문제를 틀렸을 경우 별로 상심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 입장에서 말하는 "괜찮아"는 궁극적으로 상대에 대한 공감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 친구와 똑같은 성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면 "어떡해! 4문제나 틀리다니, 많이 속상하겠다." 등의 말이 나올 것이다, 이것이 진짜 공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일례로 친구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을 경우 그 친구는 너무 슬프고 힘들어 하고 있다고 하자. 이런 상황에서 친구인 내가 할 수 있는 공감반응은 아무 말 없이 친구 손을 잡아 주거나 등을 토닥거려 주는 데 비해 동정을 하는 사람은 "어떡하면 좋니" 라며 더 슬퍼하고 울거나 친구가 해야 할 일을 자신이 해버리고 만다. 친구가 원하지도 않고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렇게 될 때 공감을 받은 친구는 다음에도 자신의 슬픔이나 고민을 털어 놓을수 있지만 이렇게 동정을 받은 친구는 자신보다 더 걱정하고 슬퍼하는 친구에게 다시는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된다.

이성범 수필가

공감이란 온전히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의 감정을 느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동정(同情)이란 전적 의미로는 남의 어려운 처지를 자기 일처럼 딱하고 가엾게 여김 또는 남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하고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도움을 베풂을 뜻한다. 공감이 상대방의 입장과 감정을 이해하고 느끼는 것이라면 동정은 상대방의 감정을 동일하게 느끼는 것이다. 물론 둘 다 감정의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공감이 인지적인 측면과 함께 감정을 느끼는 것이라면 동정은 감정에 압도당하는 경험이다.

현대 사회에서 원만한 인간관계는 삶의 여정을 열어가는 필수요소이다. 그런데 그 인간관계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의사소통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의사소통을 잘 하기위해서는 상황에 맞는 공감과 동정을 지혜롭게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우리의 삶은 더욱 따뜻하고 풍요로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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