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성식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위원장 및 간사선임의 건이 논의됐다. 2017.12.08. / 뉴시스

올해 초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 안팎의 여건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 이라며 '초(超)불확실성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2016년 중반 브렉시트부터 시작된 대내외 정치적 불안요소에 경제적 위기감이 더해져 불확실성으로도 모자라 초(超)라는 말까지 붙인 합성어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올 가을 개최된 '가트너 심포지엄 IT엑스포 2017'에서는, 2018년 이후 주목해야 할 10대 전망을 발표했다. 이 중 "IT 5개 거대 기업은 차기 리더십 창출을 위한 성장을 위해 자발적 혼란이 불가피하다"라는 말을 하여 눈길을 끌었다. 세계적 디지털 기업들이 그들의 새로운 가치창출을 위하여 자발적 혼란 상황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밖으로는 초불확실성의 시대가 안으로는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대사회임을 실감하게 된다.

초불확실성의 시대와 자발적 혼란을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다. 진정한 4차 산업혁명시대가 온다면, 인공지능(AI)의 발달로 공장의 자동화, 사물인터넷 발달, 무인자동차의 탄생 등 기술혁신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술들로 하여금 사람이 하는 일을 대체하게 되어, 많은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비단 일자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상화폐시장에서는 1 비트코인이 기천만원의 가치를 넘나들면서, 가상화폐가 불확실성 시대에 안전한 자산이라는 평이 나오기도 하고, 다른 한 면에서는 튤립거품보다도 더 큰 거품이라는 논쟁으로 양날의 칼을 세우며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정부차원에서도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였다. 지난 10월 대통령 직속의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하였고, 11월 30일 "혁신성장을 위한 사람중심의 4차 산업혁명대응계획"을 발표하였다. 21개 부처가 만든 이 계획은 향후 5년간의 정부청사진이 담겨져 있다. 같은 날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정식으로 출범하여 4차 산업을 이끌 대표 부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테크노파크을 비롯한 일부 기업지원기관의 기능도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함으로써 여러 가지 변화가 예상된다. 충청북도는 경제통상국 경제정책과에 4차 산업육성팀을 신설하였으며, 청주시도 지난 11월 '4차 산업육성을 통한 미래도시 건설'을 정책목표로 전담팀 출범과 함께 4차 산업육성을 위한 시동 걸기에 나섰다.

이와 같은 변화에 지역기업들도 함께해야 한다. 초불확실성과 혼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내부적 조직 탄력성과 민첩성을 가져야 한다. 산업적으로는 그간 충북이 강점으로 가지고 있었던 주력산업과 융합하는 4차 산업분야의 새로운 기술을 발굴하고, 빠른 사업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육기관 또한 지역에 맞는 4차 산업혁명 대응 인력을 육성하고, 최고의 인적자원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옛날로 거슬러 올라 산업혁명초기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1차 산업혁명 말 그리고 2차 산업혁명의 시작점이던 1895년 프랑스의 한 카페에서는 최초의 영화가 상영된다. 프랑스의 발명가 형제가 만든 이 영화는 50초짜리 단막극으로 제목은 "열차의 도착"이라는 작품이었다. 아무런 스토리도 없이 단지 열차가 도착한 장면만 보여주는 이 장면을 보고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카페 안의 사람들은 경악하였으며, 소리를 지르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1차 산업혁명을 보내고 2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두려움과 놀라움이 함께 했을 것이다. 3차 산업혁명을 보내고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우리의 모습은 이 카페 안의 사람들과 많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불안한 심리를 "초불확실의 시대"라고, "혼란의 상황"이라고 명명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돌이켜보면 2017년은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중국 남송시대 육유의 시 유산서촌(遊山西村)에 '첩첩산중 길 없는 길을 가다 보니, 버드 그늘 깊고 꽃 밝은 마을이 있었네'라는 구절처럼 어두운 현실이 끝나는 길목, 혹은 힘든 상황 뒤에는 좋은 상황이 다가올 것이다.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었던 초불확실성의 안개 속에서 이제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하나 둘씩 등불을 켜기 시작하였다. 2018년 새해를 맞아 산·학·연 모두 혁신의 등불을 켜고, 초불확실성의 안개를 정면으로 맞서고 이겨 나아가 새로운 가치창조를 할 수 있는 한해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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