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판박이인 제천 화재 참사, 인재가 낳은 비극
세월호 판박이인 제천 화재 참사, 인재가 낳은 비극
  • 중부매일
  • 승인 2017.12.2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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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1일 오후 4시께 화재가 발생한 제천시 하소동의 한 스포츠센터 진화 및 구조작업이 늦은 밤까지 이어고 있는 가운데 건물 내부 수색에 나섰던 소방대원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하고 있다./신동빈

비극은 순식간에 발생했다. 지난 22일 한낮에 충북 제천시내 스포츠센터 주차장 차량에서 시작된 화재는 삽시간에 8층 건물 전체를 덮쳐 29명이 사망하는 초대형 참사로 확대됐다. 사고현장은 아비규환(阿鼻叫喚)이었고 가족들은 오열(嗚咽)했으며 전 국민은 침통한 심정으로 지켜봐야 했다. 1994년 충북 단양에서 사망·실종자가 29명에 달하는 충주호유람선 화재 참사가 발생한지 23년만이다. 잊을 만 하면 등장하는 대형화재 참사의 뼈아픈 교훈은 시간이 흐르면서 희석됐다. 한 제천시민은 "복잡한 구조 때문에 평소 사우나를 이용할 때마다 불이 나면 큰 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걱정일 것이다. 하루에도 수백 명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이지만 제천시와 소방당국, 사업주는 화재 점검과 대비에 무신경했다. 증축과정에서 불법이 난무했다. 세월호 참사이후 재난대비 시스템이 국가적 아젠다로 떠올랐으나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대형화재가 그렇듯 이번에도 시공(施工)상 문제점이 드러났으며 구조과정도 허점투성이였다. 건물외벽공사가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돼 유독가스와 불이 순식간에 건물전체로 번지면서 사상자를 늘렸다. 충주호 유람선 화재 때도 대부분 사망자가 FRP로 제작된 배안에서 유독가스로 질식사한 것을 감안하면 다중이용시설에 드라이비트 공법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무허가 증축에 용도 변경해 사용한 불법 투성이였다. 사방이 트여 있어야 할 8, 9층에 아크릴과 천막이 덮인 테라스가 설치돼 연기와 유독가스가 빠져나가지 못해 인명 피해가 컸다. 무엇보다 골든타임을 놓쳤다. 세월호 참사처럼 바다도 아니고, 충주호 유람선 화재처럼 강(江)도 아닌 도심한복판에서 발생했지만 "화재 이후 1시간이 넘게 건물 안에 갇혔던 사람이 외부와 전화 통화를 했으나 결국 구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로 소방·구조 인력이 2층에 진입한 것은 현장 도착 30∼40분 뒤였다. 물론 현장이 소방관들이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을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나름대로 고생도 했다. 하지만 굴절 소방차를 설치하는 데 30분가량의 시간이 지체되면서 고층에서 구조한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 유리창을 깨고 구조하지 못한 것도 사고를 키웠다. 목숨이 촌각(寸刻)을 다투는 시간에 이런 식의 늦장대처는 사상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이후 우리사회는 관행화된 불법과 편법, 불시에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됐다. 재난사고의 늦장대응도 후진국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오죽하면 국가개조론까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 올 사자성어로 '나라를 다시 만든다'는 뜻의 '재조산하'(再造山河)'를 뽑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3년전 세월호사태 직후 "국가개조'롤 통해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바꾸겠다"고 선언하고 국민안전처 신설하고 공직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었어도 우리나라의 안전시스템이 변한 것이 없다. 이번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처럼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래서 늘 긴급재난에 대비해 철저히 대비하고 문제점을 찾아내야 한다. 이번 참사는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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