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임정기 서울본부장

23일 유가족 대표회의를 위해 제천체육관에 마련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합동분향소를 찾은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을 비롯한 소방대원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신동빈

제천 스포츠센터 화제는 인재다. 29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고 37명이 부상 당한 이번 참사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불러 온 예고된 참사였다. 특히 20명이 사망한 2층 여성 사우나는 안전 관련 규정을 대부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유족들의 울분을 샀다. 지난 21일 오후 불이 나자 2층 사우나에 화재 비상벨이 울렸지만 비상벨 시설이 없는 탕 내에 있던 사람들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버튼식으로 된 자동문은 손톱만 한 크기의 붉은 색을 정확하게 누르지 않으면 열리지 않았다. 차오르는 유독 가스에 숨이 막혀왔지만, 비상구는 찾을 수 없었고 비상구는 목욕 바구니로 가득찬 선반들이 막았다. 일부가 통유리를 깨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화제 당시 내부 구조를 아는 직원이 없었고 그나마 세신사는 불이 나자마자 먼저 빠져나왔다. 3층 남자 사우나실 희생자가 한 명도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남자 사우나실의 이발사가 신속하게 화제를 알리고 탈출 안내를 했기 때문이다. 소방안전 점검도 문제이다. 화재 당시 스포츠센터 1층 로비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설비는 알람밸브가 폐쇄된 상태였다. 지난달 30일 이뤄진 소방 안전점검은 전문업체가 실시 했는데 업체 직원들은 2층이 여성 사우나인 탓에 내부를 점검하지 못한 채 직원들 얘기만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참사는 또 무분별한 불법 증축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불법 증축된 8∼9층에서 시뻘건 불길이 솟구쳤는데,사방이 트여 있어야 할 이곳에 아크릴과 천막이 덮인 테라스가 설치 돼 연기와 유독가스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인명 피해가 컸다.이미 알려진대로 스포츠센터 인근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도 사고를 키운 원인이다. 소방당국은 6m 폭의 스포츠센터 진입로 양쪽에 있던 불법 차량 때문에 지휘차와 펌프차만 먼저 도착하고 굴절사다리차 등은 500m를 우회해 진입했다. 초등진화가 늦어진 것이다. 더욱이 소방당국은 건물의 설계 도면을 확보하지 못한채 구조와 진화에 나선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통상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대가 신속하게 먼저 출동하고 소방서에 남은 직원이 무전 또는 휴대전화로 비상구 출입구 등 건물 구조를 전달 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구조 당시 설계도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치명적 실수라고 보고 있다. 때문에 현장을 찾은 여야 정치권은 소방당국의 초등대응 미흡을 국회에서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기에 드라이비트 공법도 화제를 키웠다. 건물 외벽에 우레탄폼이나 스티로폼을 바른 뒤 시멘트 모르타르 등을 발라 마무리하는 이 공법은 단열성이 뛰어나고 값이 싸 건축주들이 선호한다. 그러나 이 공법은 불이 외벽을 타고 순식간에 번져 화제를 키운다. 사방이 뚫린 필로티 구조도 마찬가지이다. 1층 기둥만을 세우고 2층 이상에 방을 두는 이 구조는 사실상 1층 출입구가 외부 공기 유입구로 화염을 건물 내부로 끌고 들어오는 입구 역할을 한다.

우리는 아직도 지역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를 기억한다. 대표적인 사건이 1993년 청주 우암상가 아파트 붕괴사건과 1994년 충주호 유람선 화제 사건이다.

가스폭발로 시작된 우암상가 화재는 옥상에 대피해 있던 주민 28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부상당했다. 이 사고는 무면허업자가 건축비를 절감하기 위해 불량자재를 사용하는 등 가장 큰 원인은 부실공사였다. 또 충주호 유람선 화재사고는 충주호를 운항 중이던 유람선에 불이 나 29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된 대형 참사이다. 이 사고 역시 정원 초과와 무리한 운항 등 안전 수칙을 준수하지 않아 일어난 인재였다. 이번 제천화제 참사는 분명 인재라는 점에서 당국은 철저한 원인 규명에 나서야 한다. 현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정부와 소방 당국에 차질 없는 수습과 복구를 당부했다. 이낙연 총리는 철저하게 조사하고 잘못이 드러나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또 김부겸 행안부장관은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정기 서울본부장

성탄전야와 성탄일에 진행된 제천 유가족 장례식장은 온통 슬픔과 원망의 눈물 바다였다 세월호와 충주호 유람선 화제, 우암상가 아파트 붕괴사건, 그리고 이번 제천 참사가 그렇듯 재난은 예고없이 찾아 온다. 설마하는 안전불감증은 이 같은 재난을 더욱 키운다. 우리 모두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할 때 선진국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재난 컨트롤타워가 늘 정상가동 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더이상 제천 화제참사와 같은 인재가 발생되지 않도록 당국의 철저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대형참사는 늘 가까이 있다는 것을 역사는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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