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일터 만드는 취업컨설턴트들] 2. 김미영·서영순 팀장, 이수경 과장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충북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본부장 오경숙)에서 일하는 취업컨설턴트들의 활동은 다양하다. 여성친화적인 고용환경이 될 수 있도록 기업을 설득하고 교육하는가 하면 경력단절 여성들의 취업 및 고용 유지를 돕기도 한다. 직접 생산 현장에서 일을 해보면서 노동강도와 작업환경을 체험하는 일도 일반적이다. 취업 지원 그 이상의 활동을 하는 취업컨설턴트들은 스스로를 구직자와 기업을 잇는 취업 터널의 방향등, 여성 취업의 길라잡이, 양성평등 사회를 만드는 실천가라고 설명했다. '행복일터 만드는 취업컨설턴트들' 두 번 째 기획에선 충북새로일하기지원본부의 중간관리자로 일하는 여성 리더들의 이야기를 취재했다.
◆취업 터널의 방향등
"단순히 취업만 알선하는 게 아니라 구직자 한분 한분, 기업관계자 한분 한분을 만나 그분들을 이해하고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게 우리 직업입니다."
2011년 입사해 7년차에 접어든 일터문화개선팀 김미영 팀장(42)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무엇보다 취업컨설턴트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확실한 가치관을 갖게 된 점"을 취업 이후 삶의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김 팀장도 경력단절 여성이었다. 결혼 후 남편을 따라 낯선 타지 생활을 했고 자연스럽게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게 되었다. 그렇게 8년간 누군가의 아내로만 살았다. '나'를 찾기 위한 도전은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본격화됐다.
마침 남편도 오송으로 직장을 옮기게 됐다. 재도전 끝에 취업컨설턴트로 입사했고, 7년이 지난 지금, 어엿한 중간관리자로 성장했다.
김 팀장은 입사 초기 연결해준 구직자가 여전히 재직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 가장 보람 있다고 했다. 슬럼프에 빠졌을 땐 함께 고민하여 해결책을 찾았고 누군가 승진했을 땐 내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해줬다.
물론 공들여 취업을 지원했지만 이직이 잦은 구직자를 만날 때는 힘도 빠졌다. 김 팀장은 구직자와 구인기업의 미스매치를 줄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그래서 김미영 팀장에게 취업컨설턴트는 "구직자와 구인기업을 연결하는 취업 터널의 방향등"이다.
김미영 팀장의 주된 업무는 취업자와 기업의 사후관리다. 취업한 구직자에게는 장기근속을 독려하는 '새일 취업 세레모니', 여성근로자의 편의시설을 개선해주는 '여성친화 기업환경 개선사업'을 진행했다. 올해만 15개 기업이 혜택을 받았다. 열심히 활동한 덕에 올해 김미영 팀장은 우수 종사자로 선정돼 충청북도지사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둘째를 임신하는 겹경사도 맞았다.
김미영 팀장은 "우리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양성평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며 "앞으로 충북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가 인식 개선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 취업 길라잡이
논술과 역사를 강의했다. 전공은 국문학. 직업상담은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잘 할 수 있는 교육은 취업컨설턴트라는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된 이후에도 계속됐다.
인력양성팀 서영순 팀장(43)의 주된 업무는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것이다. 매년 진행되는 동일한 교육과정이라고 해도 심화학습이 될 수 있도록 실무강사 섭외, 실습 기관 섭외에 정성을 쏟고 있다.
지난 2012년 입사한 서영순 팀장은 입사 6년차다. 취업컨설턴트로 살아오면서 교육생 못지 않게 스스로 성장했다는 점을 발견할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구직자들과 기업을 만나면서 직업관이 많이 바뀌었어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우선 감사할 수 있게 됐고, 누군가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뿌듯했습니다."
취업컨설턴트를 여성 취업의 길라잡이라고 정의한 서 팀장은 교육생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이 경력 유지에 도움을 준다고 믿고 있다.
"취직한 교육생이 이직을 하고 싶다고 상담을 요청할 때마다 직업, 조직, 업무에 대해 충분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3년 정도 흘렀을 때 '마음잡고 일하다보니 경력자가 되었다. 그만 두지 않기를 정말 잘했다.'며 감사하다고 인사할 때 가장 보람 있었습니다."
때론 친구처럼, 때론 언니처럼 서영순 팀장은 지치지 않고 교육생들을 응원하고 지지했다.
서영순 팀장의 바람은 더 많은 교육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이 개선되는 것이다.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했지만 실습 기자재를 갖추지 못해 아쉬웠던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인력양성팀 팀장으로 일하는 서영순 팀장은 올해 8개 직업교육훈련을 총괄하고 2개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여성가족부 직업훈련인 제약품질관리전문가과정, 화장품GMP전문가과정, HACCP·식품개발자과정, 연구지원회계과정을 비롯해 고용노동부 직업훈련인 국제통상전문가과정, 제약HACCP전문가과정, 제약GMP전문가과정, 제약바이오전문가과정을 진행했다.
직업훈련 운영과 사업 관리 우수 실적을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여성가족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영순 팀장은 교육생과 기업이 바라는 사업을 접목해 바이오분야 전국 최고 교육과정을 개설하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갖고 있다. "일하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공평하게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성 평등한 고용환경을 조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성평등 실현 실천가
취업지원팀에서 일하는 이수경 과장(56)은 충북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의 맏언니로 통한다. 나이는 가장 많지만 열정만큼은 누구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 2013년 취업컨설턴트가 된 이 과장은 1년 간 여성인턴 과정을 통해 새일본부와 인연을 맺었다. 이수경 과장의 취업 실적은 자타 공인 전국 최고를 자랑한다.
지난 2013년 245명, 2014년 301명, 2015명 323명에 이어 2016년 가장 많은 361명을 취업시켰다. 올해는 321명. 한해 평균 100명에서 150명을 취업시키는 여느 취업컨설턴트들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 드물 정도로 이 과장은 실천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생각하면서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취업컨설턴트를 정의할 때도 '양성평등 실현의 실천가'라고 소개했다.
이 과장은 올해 중간관리자 워크숍에 많은 정성을 쏟았다. 조직이 원하는 인재, 구직자가 원하는 기업의 미스매치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용 유지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갈등요인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중간관리자에게 받는 스트레스와 갈등으로 일탈하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서는 신입 입장에서 기대하는 중간관리자, 오너 입장에서 기대하는 중간관리자의 역할에 대한 성찰이 필요했다. 실제 중간관리자 워크숍은 경력 유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수경 과장은 다양한 직업을 간접 경험하면서 삶의 태도도 바뀌었다고 한다.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경제적으로 독립한 어린 취업자를 만났을 때는 엄마처럼 기뻤고, 열악한 기업 환경에서도 묵묵히 땀 흘리며 일하는 직장인들과 기업인들을 만났을 때는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열정을 쏟았는데 느닷없이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 맥이 빠지기도 했지만 동료들이 있어 힘을 얻었다.
이 과장은 "내가 건강해야 모든 사람에게도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며 "일·가정 양립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의 인식 개선을 앞당기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