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밝아졌다. 흐드러지게 핀 꽃들의 얘기와 춤과 노래가 온 천지를 환하게 만들어 놓은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생명의 존재와 신비가 얼마나 경이롭고 거룩한지 감사를 올리곤한다.
 눈속 양지에서 복수초가 피기 시작하면서 봄은 완전히 꽃의 향연이다. 목련을 보면 꽃이 커서인지 마음이 굵어지고 담담해온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보면 마음은 날아갈 것처럼 부드럽고 바람이 불어 꽃잎이 꽃눈 되어 날릴랴치면 그리웁다는 편지라도 쓰고 싶어진다.
 해마다 4월을 고대하는 이유는 진달래 때문이다. 대한의 산이면 어디든지 꽃불을 내고도 천연덕스럽게 청순하게 핀 진달래 때문에 정말 가슴이 설렌다.
 험악한 바위 틈이나 산벼랑에 핀 붉은 꽃을 보노라면 난 어디든 떠나고 싶은 방랑끼가 발동하는 것이다.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얼이 빠지는 것이다. 그 황홀함을 상상해봄도 봄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진달래가 거의 질때쯤이면 산벚꽃과 복사꽃이 잠깐 피었다 낙화된다. 수줍음을 먹은 듯한 꽃에서 왠지 슬픔같은 서글픔이 있다.
 홀씨가 떨어지기만 하면 어디서든 깊게 뿌리내려 안주하는 민들레, 그 노란 얼굴을 들어 밤낮 웃고 있는 듯한 그곷은마치 아기가 걸음마하는 봄날 동무 해주는 아기 동무 같은 느낌을 준다.
 보라빛과 흰꽃으로 피는 라일락 향이 한창 일때 논둑이나 야산 어귀에 피는 설유화를 보면 또 다시 크게 설레기 시작한다. 그 가는 가지에 수많은 꽃을 피워 아예 흰 가지를 만들어 휘어진 모습이 맘곱고 넓은 고고한 여인네 같아 또 침묵을 하게된다.
 눈이 날리는 눈발을 누가 셀수 없듯이 서유화 꽃잎을 감히 헤일수 있을까 말이다.
 아무데서나 예쁘게 피는 제비꽃 또한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그꽃을 보고 있노라면 어릴적 동무들이 생각나고 섬세한 꽃잎에서 겸손을 배우게 된다.
 누가 뭐라든 자신이 꽃 피워야 할때 꽃을 피우는 큰 꽃과 작은 들을 보며 나는 오늘도 사랑과 진리와 청순함을 공부한다. 그들대로 각자의 크기와 향과 모양이 다양하면서도 때가되면 피어 우리의 눈과 맘을 기쁘게 한다. 시기하지도 거짖도 위선도 없는 꽃들에게서 삶의 기쁨과 진실도 배운다.
 사람들도 자기 위치에서 그렇게 나름 대로의 향기를 퍼내줄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창밖 작게 나온 나뭇가지에 새들이 놀러 왔다. 새들도 봄과 꽃을 즐기는건 아닌지 꽃이 진다고 설워하는건 아닌지 꽃들이 춤을 춘다고 왈츠를 출 준비를 하는건 아닌지.
 봄바람과 꽃바람이 잘 어울어 진다.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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