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에 시달리는 제천 유족들, 표현자유 빙자한 폭력
악플에 시달리는 제천 유족들, 표현자유 빙자한 폭력
  • 중부매일
  • 승인 2017.12.2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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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2일 발생한 제천 노블휘트니스 스파 현장에 분향소가 설치됐다. / 특별취재반 신동빈

말 한마디가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있다. 인터넷 악성댓글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숨긴 채 근거도 없는 날선 비난은 당하는 사람에겐 치명적인 고통을 안겨준다. 무엇보다 가족을 잃어 슬픔에 잠겨있는 유족들이나 목숨을 걸고 화재현장에 뛰어든 소방관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참사로 큰 고통을 받은 희생자 유족이나 화마와 사투를 벌인 소방관들이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는 차갑고 삭막한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정신적인 폭력이다.

제천 참사 유가족들은 이중고를 당하고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화재사고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의 심정은 당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 와중에 욕설에 가까운 비난 댓글이 유족들을 괴롭히고 있다. "와∼ 대단한 유족이네요∼이런 후안무치한 사람들이 있다니"라거나 "애도하는 맘이 싹 달아난다. 유가족 갑 질 장난 아니네", "무슨 일만 생기면 꼬투리 잡기 바쁘구먼. 동정심도 사라지네"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무식한 ××들아 입이라고 함부로 늘리지 마라"는 등 욕설 댓글도 있었다. 사람의 얼굴을 한 '악마'라는 말이 나올 판이다. 이 때문에 한 유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천 화재 기사마다 말도 안 되는 악플이 많아 유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며 는 "해당 기사의 게시물에 댓글을 달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심지어 소방관들도 악성댓글의 희생양이 됐다. "물만 뿌리다가 질식사로 다 죽여놓고…", "사람을 구하지도 못하면서 쇼하러 출동했나"라는 황당한 댓글이 달렸다.

지난달에는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 자살한 검사에 대해 일부 네티즌이 상식에 반하는 악성 댓글을 달았다. 인터넷 언론에 검사 유족이 "뭘 그렇게 잘못했느냐"며 통곡했다는 기사가 올라오자 "범죄자 자살한 것 가지고 오버 한다" "네 남편이 나라 뒤집어놨어. 구족(九族)을 멸할 일" 등 1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유족에겐 기가 막힌 일이다. 자신의 입장과 다르다고 이런 식의 악플을 다는 것은 범죄 이전에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악성댓글 때문에 인터넷실명제 도입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개인의 정보유출을 이유로 반대의견도 있다. 물론 공감은 간다. 익명 표현은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전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의 자유를 높여 왔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에게 언로(言路)를 열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2012년 헌법재판소에서는 인터넷 실명제가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공익의 효과도 미미하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바 있다. 하지만 인터넷실명제가 시행되면 건전한 인터넷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보다 순화된 언어를 사용하고 보이지 않는 상대에 대한 욕설과 비방이 줄어들 수 있다. 또 사이버 범죄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온라인 정보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하는 대신 올바른 IT교육을 통하여 네티즌들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는다면 가장 바람직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악성댓글로 피해자가 양산되고 사회적인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인터넷실명제 도입은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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