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박찬형 충남 부여소방서장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km 지역에서 규모 5.5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한동대학교 건물 내부 화장실이 지진에 흔들려 벽돌이 떨어지는 등 어지럽혀있다. 2017.11.15. / 뉴시스

지난 11월 15일 경북 포항에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지 1년여 만에 또 다시 큰 지진이 발생하리라고는 많은 이들이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지진은 경주 지진 때보다 규모는 작았으나 대학수학능력평가 마저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래서 모두가 더 당황스럽고 불안해하고 있다. 포항의 5.4 지진은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는 일본에 비해 약한 규모이다. 하지만 지진 안전지대인줄만 알았던 국민들이 느끼는 강도는 숫자로 따질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컸을 것다. 이제 더 이상 부여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부여는 옛 백제의 수도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문화재가 존재하고 있으며 공공시설물, 교량, 백제보 등 중요 시설들이 있다. 우리는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시설물들과 문화재들을 지진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지진이 다시 발생한다면 우리는 아마도 우왕좌왕하며 체계화 된 대응을 하지 못할 것이 불 보듯 뻔하며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오직 '복구'에만 집중할 것이다. 복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예방'과 '대응'이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난을 사전에 예방할 수 없다면 우리는 대응에 초점을 맞춰 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지를 모아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지자체와 관계기관들이 힘을 합쳐 흩어져 있는 지진 대응 매뉴얼들을 하나로 모아 지진 발생 시 각 기관별 대응 매뉴얼을 구축해야 한다.

부여소방은 현재 지진 대비 소방 대응 매뉴얼을 구축하고 있다. 매뉴얼에는 부여군의 지진 대

박찬형 충남 부여소방서장

응 관리체계를 확인하고 지진이 발생했을 때 소방의 긴급구조통제단 운영 절차와 주요 기반시설별 대응 절차 등이 있으며 부여군 내 대피소와 마을무선방송시스템 현황 등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재난의 대응은 소방의 역할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지자체와 유관기관, 그리고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서로 힘을 모아야만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