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에세이] 조영의 수필가

/클립아트 코리아

올빼미는 지혜를 상징한다고 한다. 올빼미 형상을 수집하는 이에게 들은 말이다. 별다른 취미가 없던 나는 지혜라는 말에 끌려 모으기로 했다. 처음에는 눈에 보이면 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 특색과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각을 바꿨다. 여행가면 그곳의 올빼미를 샀다. 독특하거나 재질이 달라 비싼 값의 올빼미도 취미를 위한 것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지갑을 열었다. 여행 가방 속에서 올빼미는 내 자존심을 채워주었다. 진열장에 각 나라와 도시의 올빼미가 늘어갔다. 나는 올빼미를 좋아했고 바라보면서 흐뭇했다.

제일 좋아하는 올빼미는 '화요일의 두꺼비' 동화 속 주인공이다. 한겨울에 두꺼비는 딱정벌레 과자를 만들어 고모한테 갖다 주러 집을 나선다. 몸이 얼지 않기 위해 꽁꽁 감쌌지만 올빼미 눈을 피할 수 없다. 나무 꼭대기 구멍의 집으로 데려온다. 어둡고 퀴퀴한 그곳에서 두꺼비는 벽에 걸린 달력을 본다. 13일 화요일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이유를 묻는 두꺼비에게 자신의 생일이고, 생일 선물로 두꺼비를 잡아먹을 거라 대답한다. 한겨울에 잡은 두꺼비는 가장 특별한 올빼미의 생일 선물이 될 것이다.

거칠고 퉁명스러운 올빼미, 명랑하고 깔끔한 두꺼비와 일주일 삶을 그린 동화의 올빼미 눈은 노란색이다. 친친 감은 두꺼비를 알아본 것도 등잔불 같은 노란 눈동자였고, 정말 잡아먹을 거냐고 확인하는 두꺼비를 거만하게 노려볼 때도 노란 눈동자는 빛난다. 올빼미를 본 적이 없기에 눈동자의 노란색을 의심하지 않았다.

환경과 생태 강의가 있는 날이다. 식물 이름의 차이는 관찰에 있다. 강아지풀은 개 꼬리처럼 아래로 굽어 있고, 끝이 위로 솟은 것은 솜강아지다. 억새와 갈대의 차이, 우거지와 시래기 차이는 의견이 분분했다. 올빼미와 부엉이 차이를 물었다. 잠깐 적막이 흘렀다. 차이가 뭐지, 술렁였다. 나는 부엉이란 말에 아뜩했다. 새로운 앎은 때로는 불안한 충격이 된다.

차이는 귀에 있다. 부엉이 귀는 깃이 있어 꼿꼿하게 위로 솟았고 올빼미는 귀 모양 깃털이 없어 동그랗다. 눈동자도 부엉이는 모두 노랗지만 올빼미는 검은색도 있다. 우리 집 거실에서 밤마다 노란 눈으로 등불 밝혀주던 올빼미 몇 개는 부엉이로 바뀌었다. 차이의 사이, 그 間을 지혜에 갇혀 우매한 믿음만 키운 셈이 되었다.

그즈음 화성에 있는 용주사로 문학기행 갔다. 신라 때는 길양사로 창건되었지만 병란으로 소실된 빈터에 정조대왕이 사도세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새로 지은 절이다. 가을바람도 좋고 하늘도 맑았다. 아버지를 생각하는 효심으로 지어서인지 孝行박물관, 孝行문화원이 이채롭다. 홍살문을 지나 삼문으로 들어서서 5층 석탑이 있는 天保樓로 가는 중이라 걸음이 조심스럽다.

나는 일행과 떨어져 종무소로 종종걸음으로 뛰었다. 올빼미를 찾으니 부엉만 있다고 한다. 진열된 형상에는 모두 귀 깃이 있다. 눈동자도 노랗다. 왜 부엉이만 있느냐는 질문이 엉뚱한지, 이해되지 않는지 귀찮아하는 눈치다. 답을 얻지 못하고 대웅보전 뒤쪽으로 가니 회양목 곁에 모여 웅성거린다. 문화해설사가 회양목 열매를 터트리자 나누어진 모양이 부엉이다. 뾰족하게 솟은 귀 모양이며 머리 형태도 부엉이와 똑같다. 열매에서 부엉이를 보는 심안이 놀라웠다.

용주사 뒤뜰은 대낮인데도 쌀 톨만 한 회양목 열매 부엉이가 손에서 손으로 무수히 날아들었다. 종무소 부엉이가 생각났다. 불교와 어떤 관계가 있나 싶어 알아보니 승가대 교수님이 답변을 주었다. 불교에서 부엉이는 상징성이나 비유로 연결된 것이 없으나 부엉이는 먹이를 물어다가 쌓아두는 습성 때문에 재물을 상징하고 장수의 의미도 있다고 한다.

올빼미인 줄 알고 산 부엉이지만 좋은 의미를 담고 있다 하니 마음이 부드러워졌다. 올빼미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올빼미는 자기를 길러 준 늙은 어미의 눈을 파먹고 둥지에서 떠난다 하여'불효조'라 불린다고 민속자료에서 밝힌다. 불효조가 부엉이라는 설도 있다. 어둠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새의 습성에서 연관성을 찾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조영의 수필가

그러나 오늘 날 올빼미는 늦은 밤 안전한 귀가를 도와주는 시민의 발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람의 편리를 위해 심야 버스를 운행하는데'올빼미 버스'로 불린다. 올해는 연말을 맞아 몇 개 노선에 더 투입될 거라는 보도가 나오자 시민들의 반응이 찬 ?반으로 엇갈린다는 얘기다. 서민을 위한 교통 복지가 아닌 일부의 연말 모임을 위한 정책이라며 서로 목소리를 높이는 곳에서 올빼미 버스는, 도시의 환한 불빛 속을 노란 눈빛으로 밝히며 시민과 함께 밤을 달린다.

13일 화요일 자신의 생일날 새벽. 친구가 되고 싶은 두꺼비를 위해 노간주나무 열매를 구하러 가는 올빼미처럼, 올빼미 버스가 밤을 달려 새벽이 오는 교차점을 지나면 새해는 서서히 솟아오를 것이다. 지나간 길을 밟고 다가오는 새해와 지난해 차이는 뭘까. 시간 사이에 놓친 것은 없는지 돌아보는 세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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