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부매일 DB

작년말부터 지역사회에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충북도 소통특보 인선은 결국 한 달도 안 돼 해프닝으로 끝났다. 송재봉 도민 소통특보 내정자가 1일 자진 사임했으며 충북도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어제 도민 소통 특보 신설 안을 철회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이시종 지사는 소통특보를 임명하면서 그 과정에서 '불통'으로 일관했다.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사회단체쪽 인물을 고위직으로 기용한 것은 누가 봐도 선거용 인선이다. 적어도 2급 상당의 특보 임명이 원활한 도정운영을 위한 것이었다면 두루 두루 여론을 수렴했어야 했다. 3선에 대한 과도한 욕심과 조급함이 귀를 막은 것이다. 도민들의 의식수준을 폄하했다는 점에서 여론이 등을 돌린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 지사는 '선거정치'를 접고 민생현안 해결에 주력해야 한다. 그것이 민선 6기를 마무리하는 올바른 길이다.

송 내정자가 자진사퇴해 논란을 매듭졌지만 이번 소통특보 인선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전문임기제 공무원을 영입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측면에서 공직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복지부동하고 경직된 공직사회에 신선함과 전문성을 불어넣는다면 조직에 활력이 생길 것이다. 송 내정자의 말대로 "공직사회를 개방하고, 민간의 전문성, 혁신성을 공공영역에 접목하는 거버넌스 실험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임기제 공무원이 어떤 경력을 쌓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선발됐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면 얘기는 다르다. 절차적으로 투명하지 못하다면 '코드 인사'가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공무원 경력 30년 이상이 돼도 2급으로 올라가는 길은 극히 비좁다. 시민사회 단체에 활동했다는 이유로 전문성도 검증이 안 된 인물을 고위직에 임용한다면 당연히 공직사회가 반발할 수밖에 없고 도민들도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정무부지사에 이어 시민단체 출신의 특보 인선은 그만큼 이 지사가 도민정서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이 지사에게 시급한 것은 지방선거가 아니라 민생현안이다. 정부는 올해 3% 경제성장에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한다는 장미빛 전망을 밝혔다. 하지만 체감경제 현실은 녹록치 않다. 올해 수출증가율 추락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부의 반기업 정서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중국의 사드보복이 계속되면서 재계는 새해의 경영키워드를 '생존 경영'으로 잡을 만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도입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새해 벽두부터 한파에 시달리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가난한 고령층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가운데 30대와 40대 연령층의 빈곤율이 동반 상승했다는 한국은행의 '2017 가계금융조사' 결과는 서민경제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낸다.

물론 이 지사가 나선다고 지역경제가 활기를 띠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지사와 충북도도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SK하이닉스와 LG화학은 지난해 사상최대의 실적을 올렸지만 대다수 지역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고통을 겪고 있다.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 지사는 3선에 연연하는 모습보다 민생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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