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조한필 천안 백석대 초빙교수

국보(제280호)인 '천흥사가 새겨진 천흥사 동종'은 높이 174.2㎝에 우리나라 옛 범종 가운데 고려 시대를 대표하는 동종으로, 국보 제280호(1993)로 지정돼 국립중앙박물관 3층 금속공예실에 전시돼 있다. 천흥사 동종은 천안시 성거읍 천흥리의 천흥사와 관련된 유물로, 국내 각종 역사 연구자료에 등장하고 있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은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천흥사 동종의 출토지를 경기도 광주로 표기하고 있다. 2017.10.30. / 뉴시스

국립중앙박물관이 전시중인 국보280호 '천흥사 동종'이 원래 있던 곳을 천안 천흥사가 아니라 경기도 광주로 잘못 표기했다는 뉴스가 지난해 말 나왔다. 이 동종은 박물관 3층 금속공예실 한가운데 특별하게 모셔져 있다. 뜻밖의 일이다. 동종 몸통에 '성거산 천흥사종(聖居山 天興寺鐘)'이라고 새긴 종이 어떻게 광주에서 나온 종으로 둔갑했을까. 천안 성거읍의 천흥사지(址)에선 천흥사 절 이름이 새겨진 기와조각이 나왔고, 성거산은 고려 태조 왕건이 "오색구름이 산을 둘러싸고 있어 신선이 사는 듯하다"면서 지은 이름이다. 현지에 남아있는 천흥사지 당간지주와 5층석탑은 국가 보물로 지정돼 있는데도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천안의 역사는 천안에서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천흥사 동종과 관련해 한 가지 후회스러운 일이 있다. 8년 전인 2010년, 천흥사 동종이 제작된 지 1000년이 되던 해였다. 일부 향토사학자들만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 종은 왕건의 손자, 현종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즉위한 다음 해 할아버지와 연고가 깊은 천흥사에 설치한 것이다. 천흥사는 고려 태조가 후삼국 통일과 연관돼 창건한 것으로 학계는 여기고 있다.

조한필 천안 백석대 초빙교수

천안은 왕건이 후삼국통일을 위해 만든 '군사 신도시'가 아니던가. 이런 인연을 감안할 때 7년 전 천안시는 마땅히 '천흥사 동종 1000년 행사'를 했어야 한다. 그랬으면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런 실수를 저지를 않았을지 모른다. 19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 1년여가 남았다. 천안은 유관순 열사가 태어나고, 만세를 부른 곳이다. 유 열사는 '3·1운동의 심벌'이 된 인물이다. 당연히 100주년 기념행사 때 주요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천안시는 아직 아무런 준비 움직임이 없다. 지금이라도 '천안 3·1운동 100주년기념 특별위원회'를 한시적으로 만들어 사업 계획을 세워야 한다. 성환 홍경사의 창건 1000주년(2021년)은 그냥 넘어 가더라도 천안 3·1운동 100주년은 꼭 챙기자. '있는 역사도 못 살리는 천안시'란 말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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