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클립아트 코리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새롭게 펼쳐질 1년이 어떨까 설렘이 물살처럼 떨린다. 설렘-, 여전히 낮게 떨리는 설렘이 하나 있다. 작년 나는 새로운 글을 한 편 썼다. 바로 뮤지컬 대본이었다. 처음 윤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조금 망설였다. 몇 번 연습 삼아 연극대본은 써 본적은 있지만 뮤지컬 대본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막 펴낸 단편 동화책 속 하나를 뮤지컬 대본으로 쓰면 좋을 것 같았다. 조금 망설이다 한번 써보겠는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무엇보다 어린이 창작 뮤지컬이란 것이 마음에 와 닿아 며칠 원고에 매달렸다. 몸이 좋지 않아 힘들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연기를 지도하셨던 김덕진 선생님과 원고가 오고 가고를 반복하면서 더 빛나는 대본이 완성되었다.

낯을 많이 가리는 나로서는 고민이 하나 생겼다. 뮤지컬을 펼칠 충주 국원초등학교 교장과 연출, 작곡, 연기 등을 맡은 선생님과의 만남 때문이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식사를 할 때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다. 그러다 어느 정도 만나 편해지면 그때서야 음식 맛을 음미하게 된다. 그렇게 담당 선생님과 만남 이후 몇 개월이 흘렀다. 풍문으로 아이들이 뮤지컬 연습을 한다고 들었다. 어떨까 궁금했다. 워낙 담당 선생님들이 유명하다고 들었기 때문에 은근히 기대도 되었다.

하지만 내가 쓴 부족한 대본에 혹여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면 새 가슴, 콩 심장이 되곤 했다. 봄에 대본을 보내고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지났다. 연락이 오지 않아 걱정이 되던 12월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공연 날짜가 잡혔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카톡으로 팸플릿을 받았다. 팸플릿에 '대본 김경구'라는 활자가 묘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며칠 후 2017 어린이 창작 뮤지컬 '항아리 속에서 익어가는 꿈'이 펼쳐졌다. 막이 오르고 나는 석고상처럼 굳어버렸다. 서울에서 봤던 유명 뮤지컬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의 연기가 정말 믿기 어려웠을 정도로 손끝하나 발동작 하나 섬세하였기 때문이다. 노래 또한 그랬다.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는지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

요즘 바쁜 아이들이 시간을 쪼개가며 애썼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짠했다. 정말 대본에 날개를 달아 준 게 틀림없었다. 보는 내내 전기에 감전된 듯 찌릿찌릿 하고 더러는 눈물이 나려했다. 그리고 커튼콜을 할 때 가슴이 어찌나 먹먹하던지... 주인공을 맡았던 학생이 우는 모습을 보니 더 눈물이 나려했다. 늘 친절하신 연출 강주영 선생님, 연기 김덕진 선생님, 작곡 윤학준 선생님, 안무 안지영 선생님과 잡았던 그날 손끝의 느낌이 지금도 남아있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셨던 스마일 조길형 시장님도 인상적이었다.

김경구 아동문학가

아, 스타 만나듯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대해준 뮤지컬 참여 학생들은 오히려 내가 사인을 받고 싶었다. 사실 동화 '항아리 속에서 익어가는 꿈'은 내가 다닌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쓴 작품이다. 등장인물도 실제 동창들 이름이다. 그래서 더 애틋한 작품이다. 효와 우정, 선생님과 제자의 사랑, 나눔과 꿈을 담았다. 마음 같아선 이 작품을 올 가정의 달인 5월에 한 번 더 봤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품어본다. 새해, 나름 계획을 스케치 해본다. 새해 뮤지컬이 맺어준 소중한 사람들을 잊지 말고 더 열심히 살고 싶다. 무엇보다 뮤지컬의 설렘 같은 2018년도 설렘으로 가득한 나를 또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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