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心'에서 나오는 '빈 마음' 이야기
'無心'에서 나오는 '빈 마음' 이야기
  • 중부매일
  • 승인 2018.01.0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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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가을날 무심천의 억새풀 / 중부매일 DB

나는 무심천(無心川)을 어슬렁거리며 시간 보내기를 좋아한다. 딱히 갈만한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심천이란 이름 때문이다. 지천에 널려있는 억새 숲들은 내 가슴 저만치 있는 고향을 연상시키고, 둑 너머의 조용한 사찰 '용화사' 저녁 종소리가 편안함을 더해준다. 나지막이 흘러가는 물은 얼마 후 미호천에 다다르고 금강으로 지나 갈 것이다. 천(川)이되 강(江)같고 이곳 사람들에게는 마음의 바다일 것이다. 이름처럼 무심하되 덤덤하고 청주의 살아있는 젖줄이다. 한강처럼 도도하지도 않고 금강처럼 화려하지도 않다. 오래전 보내주신 '아버지의 엽서' 같이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풍경이다. 무심천도 가끔은 한강처럼 범람했지만, 언제나 청주를 사는 시민들처럼 여유롭고 평화롭다. 큰 도시든 작은 도시든 저마다 물줄기가 있고 틈날 때마다 물가를 기웃거리는 것도 특권이라면 특권이지만 지난여름에는 뜻하지 않은 폭우로 맑은 도시가 그렇게 커다란 아픔을 격기도 했다.

무심천은 지금도 한 편의 시(詩)가 되어, 향토 문학인들에게는 한 줄의 시행으로 살아나고 있지만 필자의 눈에는 아직도 무심천은 전성기를 맞이하지 못하였다. 마치 독일의 낭만파 서정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살아남은 자의 슬픔'처럼 그러하다. '브레히트'는 그의 시작을 통해서 자신이 강해서 살아남았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살아남았다고 적고 있다. 그 시인이 만난 사회도 지금의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만연한 이기주의와 지역주의, 이성을 빙자한 폭력의 틀에서 오직 운이 좋아 살아있다는 것은, 합리성과 논리성이 완전히 파괴된 간사한 세계를 지칭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도 우리사회에서 일상처럼 통하고 있는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감성과 열정, 그리고 상호 소통만으로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사회의 상황이 더 이상 수술이 불가능한 산소호흡기 같은 처방은 아닐지 두렵다.

우리는 여전히 약자를 무시하고 금전과 권력에 치부하는 적폐가 판을 치는 것을 목격하고 살아간다. 필자는 참으로 운이 좋아 아직도 책상 한 곳을 받고 무심천을 거닐며, 일거리를 핑계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버릇처럼 아직도 무심천 변을 찾아 걷고 있는 이유가 외지인 이방인으로 구분되는 필자에게 청주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걷게 되는 유일한 '벗길 이며 생각의 길' 이기 때문이다. 2017년도 이렇게 저물고 새해를 맞이한다. 새워야 할 계획도 많고, 지난 일에 대한 반성도 많은 시기이다. 돌이켜 보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기업과 조직의 가장 큰 위험요소였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빠르게 변화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위험요소가 되었다. 이것은 홍수처럼 밀어 닥치는 '4차 산업혁명시기'의 준엄한 행동 방식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폭소를 금하지 못할 일이지만, 한때 영국에서는 '자동차는 마차보다 빨리 달려서는 안 된다'는 법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는 그때의 영국처럼 돈과 권력, 지위 등으로 기득권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제 새로이 맞이하는 무술년 2018년에는 우리가 솔선하여 세상을 변화시켜야 할 숙제들이 있다. 디지털 컬쳐 트랜스포메이션(변모)로 황금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문화산업(콘텐츠)의 과업이 있으며, 도시를 도시답게 다시 태어나게 해야 하는 '도시재생'의 경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문화 산업계에도 닥쳐올 전쟁이 눈앞에 있다. 우리에게 다가올 문화의 전쟁은 소리도 소문도 없이 올 것이다. 이것은 도시와 도시간의 전쟁이며, 마을과 마을끼리의 전쟁이 될 것이며, 골목과 골목의 전쟁이 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청주는 천년이 지나도 청주이며, 만년이 지나가도 청주일 것이다. 결코 청주가 서울이 되거나 부산이 되거나 경주나 전주로 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무심천은 청주에서 흐를 것이고, 상당산성은 늘 그 자리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직지(直指)가 영원히 청주발(淸州發) 민족의 자랑이며, 긍지이듯이 청주문화는 언제나 진실을 반영해야 하며, 청주문화는 언제나 가슴과의 대화에서 서로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미덕이 있어야 한다. 165만 충북문화도민여러분, 그리고 85만 '청주문화시민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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