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주제 미디어 아트 '끝없는 밤'
'미스터리' 주제 미디어 아트 '끝없는 밤'
  • 이지효 기자
  • 승인 2018.01.07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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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주제 기획전시...오는 2월 18일까지
개인 경험·공포·불안 심리 작품으로
/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제공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2017 하반기 주제기획전 '끝없는 밤' 전시가 지난달 22일 개막해 오는 2월 18일까지 진행된다.

'끝없는 밤' 전은 관람객들이 현대미술에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미스터리'를 주제의 미디어아트 전시이다. '끝없는 밤' 전은 추리의 여왕으로 불리는 영국 추리소설가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 영국, 1890-1976)를 오마주한다. 특히 그녀의 58번째 장편소설이자 최근 영미권에서 붐을 이룬 가정스릴러의 대표적 소설로 평가받는 '끝없는 밤(Endless Night, 1967)'소설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출발한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크리스티가 살던 영국의 불온한 시대상이 반영돼 있으며 화자로 등장하는 주인공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돼 있는 범죄소설이다. 무엇보다 그녀는 소설을 통해 여성으로서의 삶과 당시의 사회 이면을 투영시킨다. 이번 전시는 그녀의 글과 같이 개인 혹은 사회와 연관된 특정 사건이나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사적으로 풀어내거나 불확실한 시대의 불안과 공포의 심리가 작품에 내제돼 있는 작가와 작품을 세 가지의 컨셉을 가지고 구성한다.

먼저 1전시실 3인의 작가는 어떤 허구의 사건을 설정하고, 스스로 연출해 답을 찾아나간다. 그들의 작품 형식은 다르지만 내면의 불안과 삶으로부터 비롯된 공포가 잠재돼있다. 염지희의 꼴라주회화와 오브제설치에는 사실과 허구, 모순과 역설이 뒤섞인 현시대에 잠재돼 있는 욕망과 불안의 무게가 담겨있다. 작가는 죽음 혹은 절망을 연상시키는 이미지와 오브제들을 가지고 기괴하고 비극적인 상황들을 극적으로 연출한다. 오세경은 본인의 삶에서 포착한 사건과 그것이 속한 사회의 이면을 극적인 연출로 화면에 옮긴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7점의 회화 작품에 나타난 플래시를 터트린 보도사진과 같은 화면 속에 등장하는 여고생은 곧 터질 것 같은 은폐된 사건을 암시하며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김선미는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해 육지가 돼버린 섬과 새롭게 생겨난 땅에 대한 이야기를 '유령여행사'라는 이름으로 사라진 섬들을 안내하는 여행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작가는 간척사업으로 인해 자연의 상태에 있던 섬들이 육지화가 돼가는 모습이, 본래의 모습을 잃어간 채 전설이 돼 모호한 상태로 괴담처럼 떠돌고 있다고 보았다. 전시기간동안 유령처럼 섬이라는 이름만 남은 채 사라진 섬을 찾아 떠나는 여행객을 모집을 한 뒤, 전시 종료 후 신청한 관람객들과 여행을 할 예정이다.

2전시실의 두 작가는 먼 타지에서 이주자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으로부터 출발한다. 이 불확실한 시대에 정체성을 찾는 여정은 설화 혹은 전설과 같은 내러티브로 은유되거나 분절된 언표로 나타난다. 이유진의 작품은 자신과 가족, 주변인들을 삶을 관찰하고, 사회, 문화적 차이에 의해 다층적으로 형성되는 관계에서 비롯된다. 만드는 노동과 어머니의 출산 과정을 비유한 '태몽'을 비롯해,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드로잉과 이와 연계된 오브제들을 통해 그녀의 삶과 철학을 추리해볼 수 있다. 안유리의 작업세계는 말과 언어 사이, 혹은 장소와 이동의 사이에 충돌하는 분절과 간극에서 출발한다. 이주의 과정에서 목도한 몇 가지의 사건들을 기저로 이질적인 면과 여러 시간들이 교차하며 빚어내는 현상들을 그녀의 주관적 경험으로 체득한 호흡법으로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3전시실은 단편영화들과 가정스릴러 아카이브로 구성된다. 먼저 유수영(미스터리유니온)은 최근 범죄 스릴러의 새로운 경향이자 용어로 자리잡은 '가정 스릴러'중심의 도서 아카이브를 전시한다. '가정스릴러'는 가정이라는 닫힌 문 뒤에서 일어나는 은밀한 폭력, 불편한 진실을 다루는 범죄들이 주 내용에 담고 있으며, '결혼에 대한 잠재적인 위기'부터 여성이 취한 현실과 사회적 부조리가 여성의 관점으로 쓰인 소설까지 몇 가지 키워드로 구성돼 관람객이 전시장에서 열람할 수 있다. 함혜경은 주로 일상에서 접하는 이야기를 표류하는 이미지들로 재구성해,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든다. '나이트피플'은 강남아파트에 거주하던 한 여성의 실종사건에 대해 두 형사가 실종 전 흔적을 짚어가며 진실을 찾아간다. 작품은 결국 진실이 은폐되고 미제로 끝난 사건은 괴담으로 남게 되는 현실의 모순을 반영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와 연계해 지난 9월에 개최한 '2017 실험영화변주곡'의 두 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환영'과 '기억'를 키워드로 제작한 조영천, 정지나의 실험영화 '모우', '303'은 음악가 리비게쉬와 레인보우99의 라이브 연주로 공연하였다. 이번 전시에는 단편영화로 편집해 상영한다.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은 어렵고 난해하다는 관람객들의 인식을 전환시키기 위해 '추리소설'이라는 키워드를 도입해보았다"며 "사건의 진실을 논리적으로 서서히 풀어나가는 추리소설의 플롯처럼 현대미술감상 또한 작품 속에 내제된 작가의 의도를 이미지 혹은 소재와 표현방식들을 보고 유추하거나 해석하는 묘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기간 중에는 미스터리 낭독회, 추리소설 독후감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 및 연계행사를 운영할 예정이다. 관람시간은 월요일을 제외한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7시까지로 퇴장 1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하다. 문의 043-201-09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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