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셀트리온그룹 창립 15주년 기념식'에서 셀트리온그룹 서정진 회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2017.02.27. / 뉴시스

최근 재계에서 가장 떠오르는 기업인은 충북 청주출신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다. 30대에 대기업 최연소 임원이었지만 40대에 백수로 전락했던 서 회장은 자본금 5천만 원으로 바이오분야에 도전해 20년 만에 셀트리온헬스케어등 상장 주식 재산이 5조원을 넘어서면서 주식부호 4위에 등극했다. 어제 재벌닷컴 보도 따르면 따르면 상장사 대주주등이 보유한 주식 지분가치를 지난 5일 종가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서 회장 자산 규모는 5조3905억 원이었다. 이는 한국경제의 간판기업인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보다 많다. 서 회장이 주식재벌이 된 것은 36.1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 자회사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지난해 상장이후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조차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 대한 확신이 없던 시절, 서 회장은 사기꾼이라는 말을 들으며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한 우물을 파온 것이 그를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인으로 키웠다.

재산가치가 기업인 평가의 잣대는 아니지만 서 회장의 천문학적인 '자산'은 젊은시절 치열한 삶과 창업정신에 대한 보답일 것이다. 그는 흙수저 출신이다. 건국대 재학 시절 가정교사를 못하게 해서 택시 운전 아르바이트를 했다. 24시간 택시를 몰고 와서 다음날 24시간은 공부했다. 그러면서도 4.3점 만점에 평균 4.18점으로 공대 출신으로는 드물게 조기 졸업을 했다. 하지만 40대 직장을 잃으면서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그는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세 가지를 묻는다. "SKY(서울·고려·연세대) 출신입니까? 45세 안 넘었죠? 자본금 있습니까?" 학벌과 나이, 밑천이 창업에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그는 청년창업자들에게 롤모델이 될만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가장 많이 거론된 키워드가 '일자리'지만 여전히 방황하는 실업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소위 '장기 백수' 비중이 작년 상반기 13년 만에 최대치로 치솟았다. 최근 장기실업은 경기 탓만 할 수 없다. 새 정부의 비정규직 차별해소 정책으로 기업들이 경영부담 때문에 구인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점도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도 한계가 있다. 물론 청년층만 실업의 위기를 겪는 것은 아니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직장인 퇴직연령이 낮아지면서 40대도 불안하다. 한창 일할나이에 갈 곳을 잃은 채 암울한 현실에 신음하는 사회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긴 힘들다. 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은 정부와 대기업이 함께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취업만 능사는 아니다. 경험만 쌓는다면 기술과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창업도 대안이다. 실패해도 오뚝이처럼 일어설 수 있는 젊은이라면 창업도 해볼 만 하다. 거칠고 힘들지만 삶의 애환이 짙게 배인 땀방울을 흘리며 돈을 버는 것은 더 큰 가능성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서 회장은 창업 후 7년간 자금 압박에 시달리면서 한때 자살을 계획하기도 했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도전하고 또 도전하세요. 죽기 전까지는 끝이 아닙니다. 절망이라는 단어가 인생에 얼씬도 못하게 하세요.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맨땅에서 글로벌 바이오기업을 만든 서 회장은 청년창업자와 중소기업인들에게 모험적인 기업가정신, 창업정신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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