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임정기 국장겸 서울본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를 찾아 영화 '1987' 관람을 마치고 무대위에 올란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장준환(오른쪽부터) 감독, 문재인 대통령, 故 이한열 열사 역의 배우 강동원, 대공수사처장 역의 배우 김윤석. 1987’은 1987년 1월에 실제 일어났던 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같은 해 6월의 민주항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2018.01.07. / 뉴시스

미디어의 힘은 크고 강하다. 특히 영화나 신문, TV, 모바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등이 불특정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인터넷과 모바일, 페이스북 등 SNS는 쌍방향 소통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일상생활에 영향을 더욱 미친다. 때문에 이들 매체는 대중들의 생활양식 등 문화와 제도 전반에까지 영향을 준다. 2018년 새해 벽두부터 여야 정치권이 영화 '1987'과 '강철비'를 두고 영화정치를 하고 있다. 영화 '1987'은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과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을 소재로 했고 '강철비'는 북한의 군부 쿠데타와 북핵 문제 등 안보 이슈를 다룬 영화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 '1987'을 관람했다. 문 대통령은 관람 뒤 정치적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영화 속 대사인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가 "가장 가슴을 울렸다. 엄혹한 민주화 투쟁 시기 저 말이 우리들을 참 힘들게 했다"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촛불 집회 때에도 저 말을 들었고, 지금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게 있느냐' 말하는 사람도 있는 줄 안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영화 보는 내내 울면서 아주 뭉클한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고 밝힌 뒤 1980년 광주 민주화 항쟁을 다룬 "'택시운전사'란 영화로 봤던 세상을 6월 항쟁으로 끝냈고, 정권 교체를 하지 못해서 여한으로 남게 된 6월 항쟁을 완성시켜준 것이 촛불 항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우리가 노력하면 세상이 바뀌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987년 6월항쟁 당시 민주화 투쟁에 깊숙이 관여한 주역 중 한 사람이다. 당시 인권 변호사였던 그는 부산서 '고 박종철군 국민추도회'를 하다가 경찰에 연행된 바 있다. 그해 5월 20일 부산 당감성당에서 결성된 '민주헌법쟁취 범국민운동 부산본부'에서 상임집행위원을 맡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상임집행위원장이었다. 취임 이후 문 대통령의 영화 관람은 지난해 8월 '택시운전사'와 10월 '미씽: 사라진 여자들'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택시운전사'를 보고 "광주의 진실이 다 규명되지 못했다. 우리에게 남은 과제"라고 말 한바 있다. 그런가 하면 '판도라' 관람 뒤에는 "탈핵 탈원전 국가로 가야 한다"고 말했었다.

임정기 국장겸 서울본부장

문 대통령과 정치권이 잇따라 울림 있는 영화를 보면서 대중들의 관심이 이들 영화에 더욱 쏠리고 있다. 시나리오나 구성이 탄탄한데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도 흥행몰이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다만 흥미로운 것은 여야 정치권이 '1987'과 '강철비'를 놓고 극명하게 선택이 갈린다는 점이다. '1987'은 더불어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9일 관람을,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2일 당직자들과 함께 봤다.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 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지난 3일 이 영화를 관람했다.이에반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강철비'를 주로 본다. 홍준표 대표는 최근 아들과 함께 강철비를 봤다. 나경원 의원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작진을 초대해 상영회를 가졌다. 오는 주말, 정치적 해석을 넘어 영화 '1987'과 '강철비'를 보는것은 어떨까 권한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나름 이들 영화가 던지는 '화두'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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