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용찬 괴산군수 / 중부매일 DB

나용찬 괴산군수가 지난 8일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았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취임한지 9개월만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이승훈 전 청주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돼 불명예 퇴진했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어느덧 성년이 됐지만 아직도 지방선거에 임하는 후보자들의 의식수준은 함량미달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래서 지방자치의 갈 길은 아직 멀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 6월 지방선거가 걱정되는 이유다.

지방자치가 도입된 이후 역대 괴산군수는 늘 평지풍파(平地風波)를 겪었다. 초대 군수는 뇌물수수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또 무소속 3선의 신화를 쓴 임각수 전 군수는 불법정치자금수수와 농지법 위반혐의로 실형이 확정되면서 결국 보궐선거까지 이르게 했다. 역대 군수들이 전시행정에 눈이 멀어 쓸모없는 '세계최대 가마솥'을 만들어 소중한 혈세를 사장시키거나 비리와 불법행위 등으로 주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지방자치를 후퇴시켰다.

전임 군수들의 말로(末路)가 좋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선거문화가 개선된 것은 없다. 짧은 잔여 임기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다 출마자가 경쟁한 보궐선거에서 당선만 되면 차기 선거에 유리한 고지에 올라 설 수 있다는 점에서 정당 공천 및 무소속으로 6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은 수시로 일어났다. 나 군수는 보궐선거전 자율방범연합대에 찬조금을 준 것이 쟁점이 되자 기자회견에서 "지인이 회장으로 단체가 야유회를 떠나는 현장에서 돈을 빌려주었다가 되돌려 받았을 뿐 찬조금을 주지 않았다"며 허위사실 공표혐의를 받기도 했다.

민선이 벌써 7기를 앞두고 있지만 선거문화는 오히려 퇴행했다. 당선무효형을 받은 기초단체장은 나용찬 군수와 이승훈 전 시장뿐 아니다. 유영훈 전 진천군수 역시 임기 중 낙마했다. 그는 4년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대 후보를 비방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다. 그나마 재판이 일찍 마무리돼 재선거를 통해 신임군수가 후반기 군정을 이끌어가고 있다. 정상혁 보은군수는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대법원 판결까지 갔다가 기사회생했다. 또 선거법 위반 혐의로 25번이나 법정에 서야 했던 김병우 교육감은 자리는 유지했지만 임기전반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이처럼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4년이 지났지만 선거법, 정치자금법, 비리혐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선거법도 강화되고 국민의식수준도 높아졌지만 후보자들의 마인드는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선거운동 중 '돈 봉투'가 난무하고 '향응제공'이 일상적이었던 과거의 선거풍토는 크게 달라지긴 했다. 하지만 아직도 선거에서 당선될 수 만 있다면 사소한 불법은 무시하겠다는 당선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후보자가 많다. 당선된 이후엔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가 무색하게 자치단체장의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자들의 발거음도 한층 빨라졌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출마하기 전에 성숙한 지방자치의 실현에 적합한 인물인지 스스로 고민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법원으로 부터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자치단체장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당선에 연연하기 보다 '클린 선거' 실천을 다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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