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오랜 기간 동네에서 신뢰를 쌓아 제법 매출을 유지하던 옷가게 사장님인 친구는 늘 직원이 '보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직원 덕분에 여유 있던 친구는 더 이상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없다. 점심시간에 찾아갔더니 가게가 보이는 맞은편 식당에서 간단히 해결해야 한다며 오히려 내게 미안해했다. '보배'로운 직원은 어디 있나 물으니 '정리' 했단다. 최저임금이 16.4%나 오른다고 결정되자마자 일찌감치 직원을 내보낸 것이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일하는 제빵사 후배도 올해부터 일하는 시간이 1시간 줄었단다. 매출은 고만고만한데 최저임금이 올라 인건비가 오르자 모든 직원이 일하는 시간을 줄였다고 했다. 편법인 줄 알지만 당장 생계도 있고 사장님 입장도 이해가 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수긍했단다. 공공부문도 마찬가지다. 어르신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한 카페는 오전 1시간, 오후 1시간은 1명만 근무한다. 작년 까지는 항상 2명이 근무했지만 사람이 붐비지 않는 시간은 근무인원을 줄여 인상된 임금에 대비한 것이다.

새해가 되어서 이런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관련된 보도도 잇따른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해고된 경비원의 사례도 들리고 최저임금을 주느냐는 아르바이트생의 질문에 불쾌해하며 그냥 전화를 끊었다는 편의점 사장님의 이야기도 들린다.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취약 업종에서 근로자의 피해를 양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초기 적응기의 혼선이라면 좋겠다. 단지 자신이 가져가야 할 몫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혼자 가게를 꾸려가기로 결정한 친구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찬성론을 펴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가 좀 더 너른 아량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수용하고 다시 여유를 찾기를 바랄 뿐이다. 이런 사장님이 많았는지 고용노동부는 지난 5일부터 '최저임금 특별상황점검 TF'를 구성해 현장 점검에 나서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주로 최저임금 위반이 우려된다고 한 취약업종은 아파트 건물관리업, 슈퍼마켓, 편의점, 주유소, 음식점업 등 5개 업종이다.

1988년 시행된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근로자의 생활안전 등을 위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수준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최저임금 제도는 이런 목적을 벗어나 단지 아르바이트생과 자영업자의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 되는 것 같아 제도의 폭넓은 적용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최저임금 인상의 정당성이 충분함에도 이의 적용이 올바르지 않을 때는 위험한 장치가 될 수도 있다. 어차피 고임금을 주고 직원이나 아르바이트를 채용할 경우 능력 있는 사람만 채용하게 되면 안 그래도 취업이 어려운 여성이나 고령자, 장애인 등은 일반 노동시장에서 더욱 소외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9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논의가 한창일 때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최저임금보다 덜 받는 노동자 10명 중 7명은 중산층이거나 그 이상 계층에 속하는 가구원이며 최저임금 정책은 빈곤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소득재분배 효과에 대한 우려로 해석된다. 그래서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최저임금제도 뿐 아니라 다양한 제도들이 함께 연동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제도와 같이 개별 노동자에 초점을 맞춘 제도 보다 가구 단위로 이뤄지는 근로장려세제(EITC)를 적극 활용하여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지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 교수

어찌됐든 많은 연구들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를 설명한다. 2002년 최저임금이 16.8%가 올랐을 때도, 2004년 주5일제가 실시될 때도 우려의 소리가 컸지만 그 우려가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최저임금 1만 원'시대가 되면 조금이나마 사회적 격차가 해소되지는 않을까하는 기대가 현실화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