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창 作, 'Vessel(HA 07)'. 2005

필자는 지난 연재에서 '순수사진'과 '광고사진'에 관해 언급해 보았다. 오늘은 그 경계를 해체시키는 구본창의 일명 '백자'사진에 대해 언급해 보고자 한다. 구본창의 백자사진은 자칫하면 흔하디 흔한 '박물관 안내책자'나 '관광책자'에 인쇄될 사진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의 사진은 '안내책자'의 '탈'을 쓰고 기존 안내책자에 인쇄된 사진을 해체시키게 될 것이다. 2006년 7월 16일자 한국일보에 실린 오미환 기자의 '뽀얀 살결 순백의 魂을 붙잡다' 기사에서 오 기자는 구본창의 '백자사진'에 관해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구본창이 "찍은 백자는 그림이나 문양이 없는 순백자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도록에서 보는, 윤곽이 선명하고 광택이 있는 백자사진과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단순히 백자의 생김새를 보여주는 사진이 아니라, 백자의 뽀얀 살결과 담백하고 우아한 기품을 섬세하게 표현한 사진들이다."

구본창의 백자사진 중에 삼성미술관 리움에 소장되어 있는 '백자호'를 촬영한 사진이 있다. 만약 그의 사진과 리움 홈페이지에 올려진 '백자호' 사진을 옆으로 나란히 배치한다면? 리움의 사진은 윤곽이 선명하고 광택이 있는 반면, 구본창의 사진은 리움의 사진보다 윤곽이 불분명하고 광택이 부재한다.

우선 윤곽에서 리움 홈페이지의 사진은 배경을 어둡게 처리하여 백자호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반면, 구본창의 사진은 배경을 백자의 피부와 같은 계열의 색채(작가는 배경을 한지)로 연출하여 촬영한 것이다. 광택의 경우 리움의 사진은 도자기 특유의 광택을 강조한 반면, 구본창의 사진은 광택을 제거해 놓았다. 따라서 구본창의 백자사진은 박물관의 도록이나 관광책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자사진과 다르다. 바로 이 점이 구본창 백자사진의 특이성을 드러낸다.

구본창 왈, "나는 도록이나 박물관 안내서에서는 찾을 수 없는 우리 백자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에 사로잡혔고, 이것이 작업의 직접적인 시발점이 되었다. 게다가 당시 나는 한창 탈에 관한 작업을 하고 있었으며, 그 작업을 통해 전통문화를 달리 바라보고 재해석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던 참이었다."

필자는 2000년부터 '생활 속의 예술(art in life)'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필자가 생각하는 '급진적인 사진'이란 일종의 '생활 속의 사진(photo in life)'이다. 그것은 '사진의 고향이 어딜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사진의 고향'은 다름아닌 '인쇄매체'이다. 따라서 구본창의 백자사진이 어느 '공간'에서 어떻게 보여주느냐, 즉 어떤 형태의 '전시'를 할 것인지가 관건이 아닐까, 싶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작업한 구본창의 '탈' 시리즈나 최근 3년간 작업한 '백자' 시리즈는 이전 광고사진처럼 미술관/갤러리 전시뿐만 아니라 '지면(紙面)'전시도 병행하고 있다. 구본창의 '탈' 시리즈는 2003년 일본에서 <Hysteric Nine>이란 제목으로 출간되고 난 다음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전시되었다. 그의 '백자' 시리즈는 이번 국제 갤러리 전시와 함께 '도록'(한길아트)으로 출판되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구본창의 백자사진은 상업사진/순수사진의 문제를 해체시키기에 훌륭한 '무기'이다. 필자는 서두에서 얼핏 보면 구본창의 백자사진은 박물관 안내책자나 관광책자에 인쇄될 사진처럼 보인다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의 사진은 '안내책자'의 '탈'을 쓰고 기존 안내책자에 인쇄된 사진을 해체시키게 될 것이라고 중얼거렸다. 만약 우리 백자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구본창의 백자사진이 박물관의 안내서나 관광책자에 '박제'된다면? /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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