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천 화재사고 관련 현안보고에서 류건덕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 희생자 유가족대책위원장이 호소문을 발표하다 감정에 북받쳐 울고 있다. 2018.01.10. / 뉴시스

우리 사회에 큰 충격파를 던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발생한지 보름이 지났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이 화재 현장을 찾아 눈물을 흘리거나 무릎을 끊고 유족들을 위로하며 재발방지를 강조했지만 가시적인 조치는 기껏 일선 소방지휘관들의 중징계를 앞두고 있는 것뿐이다. 희생자 유족들은 지난 10일 사고현장을 찾아 "사고 원인과 소방당국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을 크게 바꾸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느낀다"는 의례적인 대답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족들이 "제천 화재 발생과 대처과정은 세월호 참사 때와 달라진 게 없다"고 울분을 터트린 것은 당연하다.

소방청 합동조사단은 당시 소방당국의 대응에 일부 문제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적절하고 불가피한 대응이었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11일 조사결과 브리핑에서는 "신속한 초동 대응과 적정한 상황 판단으로 화재 진입과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해 지휘해야 하는 지휘관들이 상황 수집과 전달에 소홀했다"며 "인명 구조 요청에도 즉각 반응하지 않은 부실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여론과 야당을 의식해 입장이 바뀐 것이다. 소방청은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충북소방본부장을 직위해제하고 소방본부 상황실장, 제천소방서장, 제천소방서 지휘조사팀장의 중징계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 참사는 일선 소방지휘관 중징계로 마무리 될 일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관행화된 불법과 편법, 불시에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됐다. 각종 재난사고의 늦장 대응도 후진국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오죽하면 국가 개조론까지 등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세월호 사태 직후 "국가 개조'를 통해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바꾸겠다"라고 선언하고 국민안전처 신설하고 공직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었어도 우리나라의 안전시스템이 변한 것이 없다. 문 대통령 역시 대선후보시절 '나라를 다시 만든다'라는 뜻의 '재조산하'(再造山河)'를 강조했지만 대형참사는 계속됐다. 여야 정치인들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최근 공동주택에 소방차 전용구역 설치를 의무화하고 전용구역에 차량을 주차하거나 진입을 막는 경우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격이다. 진작에 캐비넷 안에서 잠자고 있는 법안을 처리했으면 초등대처를 빨리해 단 한명의 희생자라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희생자로 부터 받은 마지막 문자를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리거나 '살려달라'는 통화를 수천 번 곱씹으며 아픔을 겪고 있는 제천화재 유족들은 세월호 유족들의 심정과 다를 바 없다. 유족들은 원하는 것은 낙후한 장비로 사투를 벌였던 일선 소방관 문책이 아니다. 국회차원의 합동조사단을 구성해야 한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부실한 긴급안전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은 유족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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