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2018년 1월 8일 취임한 김형근 충북가스안전공사 사장 / 중부매일 DB

연말에 충북도는 코드인사 논란으로 한차례 홍역을 겪었다. 이시종 지사는 지난 12월 갑자기 송재봉 충북NGO센터장을 2급의 전문임기제 공무원직인 소통특보에 내정했다. 그러자 야당과 일부 언론은 '선거용 코드인사'라고 비판했고, 결국 송 내정자가 금년 1월 1일 자진 사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 지사도 부인하고, 송 내정자의 인품을 고려할 때 전혀 그럴만한 사람이 아니지만, 객관적 정황은 다분히 '선거용'이었다. 소통특보는 이미 지난해 초에 신설된 자리임에도 그동안 이 지사는 아무도 임명하지 않고 있다가 선거를 7개월 앞두고 갑자기 내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임명에 있어 여론청취나 공모 등의 비록 요식적일지라도 적절한 사전절차를 전혀 밟지 않았고, 야당과 언론의 반발이 심하자 이 지사는 송 내정자의 임명 절차를 주저했다. 어쩌면 이 지사는 6월 도지사 선거를 위해 이장섭 부지사를 임명함으로써 수직적 연줄 강화를, 송 특보를 통하여 수평적 외연 확대를 기획했는지도 모른다.

'코드인사'란 임명권자가 자신과 같은 성향을 가진 인물을 임명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정치에서 코드인사는 전혀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 정치권의 인사에서 코드인사가 아닌 경우는 없다. 정치적 인사에서 자신과 신념을 공유하는 인물이나,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실현할 구체적 지식이나 경험을 가진 인물을 임명하는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리더십 관철이나 일관성 유지의 측면에서 바람직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러한 코드인사가 단지 '선거용'이라면 문제가 있다. 선거용으로 인사를 하는 것이 왜 문제일까? 이는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공적 지위나 권한을 (자신의 선거라는)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하는 전형적인 '부패'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자진사퇴와 내정철회로 송 내정자 사태가 진정될 무렵, 우리 도에는 또 하나의 인사 뉴스가 있었다. 1월 9일 김형근 전 충북도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이 진천·음성 혁신도시에 본사가 있는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송 내정자와 달리, 언론은 이 인사에 대하여는 환영 일색이고,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도 별다른 논평이 없다. 지역 언론이 환영 일색인 것은 당연하다. 잠재적 대형광고주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험대로라면, 며칠 있으면 위 회사의 광고가 큼지막하게 나올 것이다. 야당인 지역의 자유한국당은 왜 아무런 비판이 없을까? 비판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몇 년전 자기 당 소속의 한대수, 남상우 전 청주시장과 한창희 전 충주시장이, 김형근 신임사장처럼 각각 한국전력 상임감사, 공무원연금공단 상임감사, 농어촌공사 감사로 임명됐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지역의 인사들이 경향각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서 유력한 자리에 올랐는데, 이것이 칭찬할 일이지 비판할 일이냐고. 문제는 이러한 인물들의 공통된 수식어인 '전(前)'에 있다. 우리 사회에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기관장이나 감사라는 것

최용현 변호사

은 보은용 코드인사를 위한 자리가 된지 오래다. 그 자리들은 승리한 주군(主君)의 전리품으로만 취급되어, 시민들에 의하여 정치경쟁에서 패퇴하거나 범법행위로 법원에서 자격이 박탈된 자기 부하들에게, 보은용이나 생계용으로 하사되고 있다. 과연 이들이 가스나 전기, 경영이나 회계에 대한 최소한의 전문성이라도 갖추었는지, 아니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사장이나 감사라는 것이 그러한 최소한의 전문성조차 필요 없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선거용 코드인사도 문제다. 그러나 그것은 그 이후의 선거에서 평가받는, 일회적 부패에 불과할 수 있다. 보은용 코드인사는 더 큰 문제다. 이는 공공기관의 부실과 부패, 봉건적 정치사슬을 지속시키는 근원이 된다. 더 심각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평가받지도 비판받지도 않을뿐더러 심지어 지역주의와 광고기대로 환영 일색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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