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튤립과 소, 최근 들어 우리가 매우 잘 아는 꽃과 가축이 동시에 얘기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두 종류가 한 지점에서 만난다. 바로 '가상화폐' 논란을 통해서 말이다. 한쪽에서는 가상화폐의 인기를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과 같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과열 투기현상으로, 사실상 최초의 거품 경제 현상으로 인용된다. 반대로, 정부가 가상화폐를 규제하고자 하자, 교각살우(矯角殺牛)라고 정부의 개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법무부가 강력한 규제를 발표하자마자 그날 하루 비트코인 가격이 30%나 폭락하는 등 양쪽에서 자신의 의견의 근거로 주장할 수도 있는 일도 벌어졌다.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화폐'는 지폐나 동전과 같은 실물이 없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상 공간에서 전자적 형태로 사용되는 디지털 화폐 또는 전자화폐를 말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의에 따르면, 가상화폐란 정부에 의해 통제 받지 않는 디지털 화폐의 일종으로 개발자가 발행 및 관리하며 특정한 가상 커뮤니티에서만 통용되는 결제 수단을 말한다.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도 이 범주에 속하나, 지금 논란의 대상이 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은 엄밀히 말해 암호화화폐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암호화화폐는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을 통해 구현되며,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이 없이 전 세계 인터넷 네트워크에 P2P 방식으로 분산 저장되어 운영되는 것으로 실물화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화폐로 불리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는 그간 암호화화폐에 대한 관리에 손을 놓고 있어서, 투기장이라는 지적도 많았고, 심지어는 가상화폐시장에서는 '김치프리미엄'이라는 말이 돌기도 할 정도였다. 최근 암호화화폐의 가격 급등에 따라 이에 대한 인식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다. 유시민 작가의 경우, 이 암호화화폐를 "엔지니어가 만든 이상한 장난감이며, 전 세계 사기꾼 달려들어 도박하고 있는 형국으로, 맨 마지막 잡고 있던 사람 망할 것이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하며, "17세기 튤립 버블의 21세기 버전이기 때문에, 정부는 이 광풍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하므로 규제가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의 규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KAIST 이민화교수는 "4차 산업혁명 이끌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불가분의 관계로,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과 함께 세계 3대 시장"으로 성장했으며, "부작용 있지만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그간 20년간 정부가 정보기술(IT)·창업·벤처 분야에 손을 대서 잘된 사례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찬반 의견이 엇갈려 국민 입장에서는 헷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 두가지 주장은 자신들이 보고 싶은 부분만 강조하고 있기는 하다. 암호화화폐 규제 주장 입장에서는 이를 둘러싼 투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기반 기술이 되는 블록체인기술 등이 미래에 얼마나 중요할 지에는 관심이 적다. 이에 반해, 규제 반대입장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의 중요성만 주장할 뿐 현재 벌어지고 있는 투기적 행태의 위험성에는 다소 무관심해 보인다.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양쪽의 주장이 다 부분적으로는 합리적이다. 그러나 현재의 열풍은 비정상적인 것임은 분명하다. 사실 암호화화폐는 화폐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아직 화폐가 가져야 할 기능을 하기에는 불안정하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잘 아는 금본위제 시절의 금보다도 가치가 불안정하다는 것과 화폐 증발이 쉽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오늘은 비트코인 0.1로 빵을 하나 샀는데, 내일은 빵 하나를 사기 위해 비트코인을 0.01개 내야 할 수도 반대로 1개를 내야할 수도 있다. 1년에 가치가 수십 배가 올랐던 것을 보면, 내일의 가치가 가늠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비트코인 보유자들은 이를 구매에 사용하기 보다는 자신의 계좌(가상)에 넣어두고 있을 것이다. 결국 통용되지 않는 통화, 통화 증발이 발생하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 투기적 수요나 버블이 생기기 아주 쉬운 구조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켜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정부의 지원은 매우 필요하지만, 암호화화폐를 현재와 같이 방치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위험을 키우는 일로 봐야할 것이다. 자칫하면 17세기 튤립 버블이 21세기 한국에서 재현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적절히 규제하는 것은 튤립 버블을 막는 것으로 교각살우라는 지적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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