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생명의 한토막인 하루하루를 소홀히 낭비하면서도 뉘우침이 없이 살다가 한 해의 끝자락에 맞닿고 말았다. 법정 스님은 "인간의 일상생활은 하나의 반복이다. 시들한 잡담과 약간의 호기심과 애매한 태도로서 행동한다. 여기에는 자기 성찰 같은 것은 거의 없고 다만 주어진 여건 속에 부침하면서 살아가는 범속한 일상인이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새해가 되면 사람은 오래 사는 것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임을 직면하게 된다.

세밑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며 한 해를 살았는지 차분한 마음으로 오던 길을 뒤돌아보게 한다. 한 해의 복기는 외부의 소리보다 자기 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수고스러움이고 순간순간을 아무렇게나 허투루 살지 않겠다는 다짐의 시간이다. 자신의 속 얼굴을 들여다보고 속마음을 돌이키는 일로써 인생의 의미를 심화시키는 회심(回心)의 시간인 셈이다. 살면서 안일했던 일상을 찾아 마음속으로 절절히 느끼며 성찰하고 깨우치는 여정이다.

새해 벽두에 아내에게 뜨개질을 하며 경험했던 에피소드를 들었다. 뜨개질을 할 때 깜빡 졸거나 딴 생각을 하며 뜨다보면 코가 빠지거나 무늬가 잘못 짜여 져서 직물이 울거나 무늬가 엉터리로 나온다고 했다. 이때 이미 뜬 게 아깝다고 그대로 두면 코가 빠져 평생 우그러진 옷이거나 무늬가 잘못된 옷을 입게 된다고 한다. 실수로 잘못 짰을 때는 이미 뜬 게 아무리 아깝더라도 과감히 풀어서 다시 짜야 한다고 했다. 이미 한 번 짰던 실이라 세 실에 비해서 신선감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다시 짜는 게 제대로 된 옷을 입는 바른 방법이라는 것이다. 한 번 짰던 실이라 꼬불거리는 흠이 생기긴 했지만 꼬불거리는 실에 따뜻한 온기를 쐬어주는 노력을 하면 새 실처럼 복원되어 자신이 원하는 옷을 짜서 입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뜨개질에서 삶을 들여다본다. 깜빡 졸거나 딴 생각에 빠져 뜨개질에 집중을 하지 않으면 잘못된 결과물이 나오듯이 좋은 삶에 집중하지 않고 딴 생각에 빠지거나 생각 없이 행동하면 자신이 원하지 않은 엉뚱한 결과물로 곤혹을 치르게 된다. 뜨개질을 할 때 코가 빠지면 우그러진 옷을 입거나 코가 빠진 부분은 계속 울이 풀려 결국 그 옷을 못 입게 되는 결과를 맞이하는 것처럼 삶도 잘못된 결과물을 그대로 덮어버리거나 모르는 척 넘겨버리기 바빠 잘못된 시간을 바로 잡으려는 철저한 자기반성의 과정이 없으면 우그러진 찌질 한 인생을 살게 되거나 파국을 맞게 된다.

법구경에 나오는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는다."는 비유처럼 온전한 사람이 되려면 내 마음을 내가 제대로 쓸 줄 알아야 한다. 하루하루를 온전하게 살아내지 못하면 한 해가 녹슬고 만다.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 않고 꿋꿋하게 고집스럽기만 하던 소나무들이 가지 끝에 사뿐사뿐 내려 쌓이는 가볍고 하얀 눈에 꺾이고 마는 것처럼 인생살이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은 하루하루의 시간으로 결정지어 진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삶의 뜨개질은 고결한 인품을 키우고, 생의 의미를 깊게 하는 시간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이다. 잘못 짠 시간들을 낱낱이 찾아내 철저하게 반성하고 이미 상처받은 시간들에 따뜻한 입김을 불어넣는 성찰이 행복으로 채워지는 산뜻한 삶을 짜게 해줄 것이다. 남들이 정해놓고 제시하는 표준시간표가 아니라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만 짜여 진 자신만의 시간표를 찾는 작업이 연초에 해야 할 몫이다. 삶을 뜨개질 할 때 정신 줄을 붙잡고 사는 일이 인생의 과오와 오점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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