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7년 12월 21일 오후 4시께 화재가 발생한 제천시 하소동의 한 스포츠센터 진화 및 구조작업이 늦은 밤까지 이어고 있는 가운데 건물 내부 수색에 나섰던 소방대원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하고 있다./신동빈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소방관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15일 충북소방본부장과 충북소방본부 119상황실장, 제천소장서장이 직위해제 당했다.

또 같은날 충북지방경찰청은 도소방본부와 소방종합상황실, 제천소방서등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 때문에 소방당국은 초상집 분위기다. 순식간에 발생한 화재에 초등대응 실패로 대낮 도심의 사우나에서 29명이 사망하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면 소방당국이 일정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소방관들만 죄인취급할 만큼 단순하지 않다.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와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정치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런데도 소방당국을 희생양으로 삼는 듯 전방위적으로 몰아부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것인지 숙고해봐야 한다.

물론 소방당국이 초기대응에 부실했던것은 사실이다. 화재가 발생했던 지난달 21일 오후 3시 53분 첫 신고 접수 이후 제천소방서 선착대가 오후 4시 현장에 도착했으나 구조대가 20명이나 숨진 2층 여성 사우나 유리창을 깨고 진입한 시점은 오후 4시 33분이었다. 선착대 도착 후 무려 30여분이 지난 뒤다. 더구나 2층 희생자들의 육성전화가 끊긴 시각이 오후 4시16분이었다. 뒤늦게 구조대가 2층에 진입했을 때는 갇혔던 사람들이 모두 숨진 상태였다. 현장에서 구조의 희망을 안고 지켜보던 유족들에겐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경찰은 건물 구조 파악과 적절한 인명 구조를 진두지휘해야 할 소방 지휘관들의 판단 착오와 부적절한 지휘가 대형 참사를 막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하지만 제천소방서 지휘팀장은 "도착해서 16분동안 메뉴얼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것이다.

하지만 이번 참사를 통해 화재에 투입할 수 있는 현장인력의 부족과 무선통신망, 소형사다리차등 열악한 소방장비가 새삼스럽게 부각됐다. 화재진압을 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춰주지 않고 무조건 소방대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긴급재난방지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소방대원들이 소방장갑과 활동화등 방호물품이 낡아서 지급을 요청해도 예산타령만 하는 바람에 자비로 구입해 쓴다는 내용은 수차례 언론에 보도된바 있다. 심지어 3년전엔 소방대원들에게 안전성 성능 검사를 받지 않은 '가짜 방화복'이 보급되기도 했다. 이런상황에서도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속에서 화마와 싸우는 소방대원들에게 경찰의 공개적인 압수수색과 사법처리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사기를 떨어트리는 일이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소방당국만 몰아세울것이 아니라 긴급 재난시 원활한 구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마련하고 소방당국 인력확충과 장비보강, 무엇보다 처우개선을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소방대원들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도 긴급재난에 대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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