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8.01.17. / 뉴시스

한동안 맹위를 떨치던 겨울 한파가 주춤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어느 해 보다도 모진 겨울을 맞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올부터 최저임금 16.4%가 오른 7530원이 적용됐다. 고용주가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자영업자들에겐 최저임금법도 부담스럽지만 더 무서운 것은 정부의 고압적인 자세다. 지난 15일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의 명단을 공개하고 대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바 있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이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는 버팀목'이라며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이후 정부의 조치는 더욱 강력해 졌다. 하지만 정부의 제제가 강해질수록 지방 자영업자들의 불안지수도 높아지고 있다.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자칫 범법자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원칙은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어제 "올해 정부에서 제일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최저임금과 일자리 안정자금의 성공적인 안착"이라며 "최저임금 안착을 위해 경제부처는 물론 사회부처도 다 같이 한 팀으로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700만 명에 달하는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 상황을 저소득층의 삶을 질을 높이기 위한 과도기 현상으로 보는 듯하다. 이 때문에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초청만찬에서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초청대상에서 제외됐다. 겉으로는 소상공인단체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비명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김 부총리는 "다 같이 힘을 합쳐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대상이 되는 분들이 빠짐없이 신청할 수 있도록 준비와 홍보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정자금 지원으로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이 해소될 만큼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다. 특히 매출이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은 종업원과 아르바이트를 해고하지 않으면 최저임금을 준수하기가 지난할 것이다. 직장에서 밀려난 4050세대는 자녀교육을 위해 돈이 많이 드는 연령대다. 이들이 퇴직금에 대출까지 받아서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경쟁이 너무 심해 제 살 깎기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다고 대출까지 제한하면 스스로 문을 닫는 점포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 자체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다운 삶을 살려면 적정한 임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과 임대료 상한선으로 돌파할 수는 없다. 정부 정책의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정책의 속도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자녀들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부부가 교대로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해야 대출이자 갚아가며 간신히 먹고사는 평범한 자영업자에겐 하루하루가 팍팍한 삶의 연속일 것이다. 최저임금을 추진하는 공직자들은 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알까. 정부는 추상적인 '삶의 질' 운운하기 전에 이들과 대화의 자리라도 마련하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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